또 한 번의 봄날은 지고

by 글그림



밤새 달팽이관을 두드리는

여린 빗방울의 옹알거림

낡은 일기장처럼 한 장씩 넘기다

어느새 푸른 봄의 숨결이

저만치 멀어져 감을 깨닫네


돌아보면

벚꽃 흩날리는 햇살 아래

환한 웃음 품어본 적 있었던가


흐린 날

눈부시게 피었던

젊은 날도 결국

머물다간 꽃그늘이었네


기다림 끝에 솟아오르던

산 그림자마저 희미해진

햇살이 등을 누르는 무거움


그래도 작은 풀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네


이마 위로 새겨지는

세월의 골짜기


한 잔의 술에도 기우는

저녁놀 같은 어깨

어쩌면 알 수 없을까


추억마저 희끗한 봄이

또 한 번 봄이 덧없이

지는데


무슨 까닭으로 내 안의

어린 풀잎은 밤새

홀로 흔들리고 있는지를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