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기를 오래 앓았습니다

by 글그림



감기를 오래 앓은 자리엔

꽃이 먼저 기침한다


두 뺨을 적시던 생각

밤새 피멍처럼 번졌고


입술 아래

부르지 않은 이름들이

서성이다가 꽃이 된다


봄은 그렇게 온다

가장 아픈 말이

꽃이 되어 흔들린다


사랑은 늘

늦게 깨닫는 것이라며

마른 가지 끝에

매달아 둔 말 하나

서너 걸음쯤 향이 난다


눈이 멎던 날

그을린 마음을 태우던

겨울의 자리에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벌어진 꽃봉오리

침묵은 민트향이었고

그리움이던 바람이

한참을 머문다


이제는

나를 부르지 않아도

당신이 오고 있다는 걸

향기로 먼저 안다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