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게 저민 빛이 머리칼 사이로 떨어질 때
너는 내 눈동자를 건너와
마음에 어둠을 걷어낸다
밤이면 닫히지 않는 눈꺼풀
검은 속눈썹 아래로
흘려보낸 시간을
우두커니 떨군다
그리움은
처음부터 얼굴이 없어서
네 얼굴을 닮았나 보다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컵 안의 너는
반쯤 마셔버린 달이 된다
둥글게 투명해지는
우리가 머문 자리
모서리를 닳게 만드는 슬픔의 기술
물방울 속에도 달빛이 들고
침묵도 귀에서 흘러내린
간절함을 밤새 줍고 있다
너에게 불렸던 이름으로
너를 볼 수 없는 날
욕조 안에 고요히 눕는다면
그 또한 그리움일까
사랑은
내 안에서 눈을 뜨는 찬란함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는 달빛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