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빵 샀어

by 글그림



빵집 문을 살짝 밀자,

호밀빵 위에 버터 같은

햇살이 툭 떨어진다

한 조각에 웃음이 번진다


빵집 아저씨는 봉투를 접으며 웃는다

“우울하면 크루아상, 어때?”

낡은 앞치마에 묻은 표정이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인다


‘우울해서 빵을 샀어’

손에 쥔다

주머니 속 동전처럼 가볍게 흔들린다


바삭한 겉, 속은 그냥 부드러움

고소한 향과 함께

한 입 베어 물면 부스러기가 흩어져

삶도 이렇게 툭툭

흘러가나 보다


지구가 내일 망한다면?

오늘은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슈가파우더 묻은 손끝 끈적한 하루는

어제 남은 초코빵 같기도 하다


우울은 밀가루 반죽처럼 늘어난다

그래서 빵집 매대에서 군침을 삼켰나 보다

‘우울해서 빵 샀어’

입꼬리가 농담처럼 살짝 올라간다

빈 봉투를 구기며 골목을 걷는다


주머니 속 부스러기가 아직 따뜻하다


우울도 결국 빵 한 조각처럼

먹다 보면 남는 건 고소한 냄새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