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보다 먼저 닿는 이름이 있어요
호명되지 않는 날들을 등에 업고
방파제에 붙은 조개껍질처럼
묵음으로 굳어가는
말은 아무 데서나 피지 않아요
당신이 물을 마시는 입모양을
나는 오래 듣고 있었죠
한 계절을 넘기고도
입술에 붙은 온도를 못 잊는 건
말보다 먼저 만들어진 감촉이 있어서예요
물속에서는 말이 늦게 퍼져요
그게 당신을 부르는 방식일 수 있어요
침묵은 안으로 젖어드는 물의 방언이에요
말이 멈춘 자리에
소금꽃이 피어있어요
언제부터였을까요
귀가 먼저 울음을 감추기 시작한 게
당신이 돌아보지 않던 순간마다
물은 제 방향으로 굽어치고 있어요
그 방향에 내가 있었고
나는 그 물결을 닮아가고 있었죠
나는 그쪽으로
조용히, 물의 높이를 알 수 없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