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잔재

by 글그림



창문이 기댄자리에 바람이 잠든다

그림자가 희미한 숨결은

당신이 떠난 자리에 고이고

나의 하늘은 조용히 무너진다


당신은 구름처럼 머물다

물방울처럼 흩어지는 존재였다


유리 너머 세상은

시리다

투명하다


흔들리는 나뭇잎이

속삭임을 바람에 실으면

창은 차갑던 빛을 가둔다


눈을 감은

발밑에 내려앉은 작은 흔적엔

시간이 멈춰 있었다


부서진 건 없는데

눈동자엔

얼어붙은 바람이 담긴다


침묵 속에선

주인 없는 메아리가 맴돈다

손에 당신의 흔적을 얹자

가슴이 뜨겁다

곧 식는다


깨진 건 없는데

창 너머로

저녁빛이 붉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