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목은 어디까지 자라나요?

by 글그림



방과 후 복도에 거꾸로 선 계단이 있었어

내려가다 말고 하늘로 데구루루 구르는 아이들

가끔은 발바닥이 미끄러져 먼저 교실을 떠나기도 해


빨랫줄처럼 늘어진 하루,

나는 선풍기 날개에 이름표를 묶어 돌렸어

땀에 번진 글씨는 누구의 것일까

출석시간에 이름을 부르는 건

선생님뿐이겠지?


한 친구가 책상 밑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어

생선엔 눈알이 없어 다행이야

본 것이 없어서 소문을 내지 않거든


우유팩에는 날숨이 담겨 있었다가

매일 조금씩 빨려 나가서

빈사 상태로 졸업할 예정일지 몰라


나는 말하지 않았어

다른 친구의 목소리처럼 들릴까 봐

교탁에는 선생님의 얼굴을 본뜬

종이마스크가 있어서

아무도 모르게 책장 속에 꽂아 뒀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기린의 목은 다시 자라나

교실 창을 부수고 달아나는 그림자 몇 줄이

오늘의 출석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