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은 식지 않는다

by 글그림



선풍기를 켜도

천장에 매달린 더위는 떨어지지 않았다

낮 동안 쏟아부은 햇빛이

벽에 붙은 시계 속에서 타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욕실 문고리에 걸어두고

나는 찬물을 틀어놓고

목덜미를 씻었다


침대는 등을 밀어내고

베개는 머리를 밀쳐냈다

밤새 꿈을 꾸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개 짖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

나는 아직 깨어 있었고

누구도 잠들 수 없었다


여름밤은

몸속 깊은 곳까지

해를 품고

밤새도록 뜸을 들였다


뜸 들인 새벽밥을 저으려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빈 컵을 식탁에 두었다

창밖으로 나뭇잎 하나가

더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