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면

by 글그림

인간은 어떤 눈을 가져야 할까?


귀에서 시작되는 눈일지도 몰라

귓바퀴 안쪽을 맴도는 저음의 곡선

미세한 떨림을 먼저 읽어내는 눈


빛의 굴절 속으로 떨림이 가라 앉을 때

눈꺼풀을 접어

유리창에 맺힌 숨결의 무늬처럼 펼쳐지는 눈

부딧쳐 돌아 흐르는

결의 방향을 따라 춤추는 먼지의 궤적을 좇는 눈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무게가 남는다면

깃털 하나가 남긴 공간의 균열을

꿰매듯 더듬는 눈

무언가를 본다는 건

눈보다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감각


그러니까

이마 뒤에서 자라는 눈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바람이 새겨놓은 시간의 균열을

끝없이 따라 그리는

그런 눈 하나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