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젤리

by 글그림



노랑이 피면 젤리를 생각했다

입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리는 것들,

이를테면 봄의 이름 같은 것

개나리였는지, 아니었는지, 나리는 나리고

나는 젤리 가게 앞을 지났다


젤리는 잎이 없다

잎이 없는 시간들이 지나간 자리에

말라붙은 하루가 앉아 있었다

가을에는 침묵을 녹였고

겨울에는 봄을 깨물었다

봄의 식감은 생각보다 연했다

한 입 베어 문 것뿐인데,

계절이 반쯤 사라졌으니까


사라진 노랑을 주워 담았다

봉지 가득, 젤리 대신

말라붙은 꽃대를 넣었다

그늘 하나 없이 빛나던 너를

빛이 하나도 남지 않게 접어 넣었다


나리 나리 개나리

나는 나리라는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이름 없는 노란 젤리를 입에 넣으면

어느 것이든 네가 되었다


여름은 비닐하우스처럼 투명하게 흘렀고

바람은 젓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 위를 맨발로 걸었다

뜨거운 흙에 발바닥이 말랑하게 구워졌다

그때마다 사라진 꽃들이

젤리처럼 부풀어 올랐다


봄은 젤리보다 먼저 사라졌다

노랑은 색소였고

개나리는 맛이 없었다

그래서 개나리 젤리를 만들기로 했다

손에 쥐면 사라지는

너의 마지막 향기를 담아


입안이 노래지도록

개나리 젤리를 씹었다

혼자서, 아주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