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집을 생각합니다
오월이면 덧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들어온 햇살을 붙잡는 곳
식탁보가 바람에 물결치고
젖은 성냥갑을 창틀에 기대어 말리면
그늘 속에서 마른 기침 소리가
한방울 두방울 방 안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오후 다섯시
벽엔 오래된 시계가 걸려 있고
시간보다 천천히 속삭이는 종소리를 따라
당신이라는 두 글자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밤이면 꽃무늬 유리창에 불빛이 퍼지고
기름 냄새가 밴 솥뚜껑을 덮듯
하루가 조용히 다물리는 집
바람에 들린 먼지가
개어 놓은 이불 위에 내려앉을 때면
오래된 책갈피를 펼친 것처럼
시들지 않은 말이 눈에 밟힙니다
가끔 그런 집을 생각합니다
마루 끝에 무릎을 대면
등줄기로 햇살이 천천히 스며들고
덧문을 열면
당신의 안부가
말없이 들어오는 그런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