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동 언덕길

by 글그림



연산동에는 네가 없는지 오래다

나는 그걸 알고도 지난주에 복숭아를 샀고

오늘은 두 개를 버렸다 딱딱한 것보다

잘 무른 게 더 빨리 썩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초등학교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가 나온다

커피 향이 가득했던 자리에

지금은 고깃집이 들어섰고

나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카푸치노가 서비스로 나오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같이 일하던 형이 몇 달 전에 죽었다

폐암이었다더라

형은 평소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 집 아들이 고깃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는 걸 보았고

언덕을 오르는 체인의 삐그덕 소리가

세상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연산동은 원래 바람이 심한 곳인데

그날 7차 아파트 단지는 고요해서

휘파람이라도 불어야 하나 싶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청년 사장님이 있는

정육점이 하나 나오고

그 옆에는 매번 주인이 바뀌는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 안에 있는 텔레비전이

주인보다 오래 살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 단지 앞 과일가게에서

잘 무른 복숭아 한 상자를 다시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