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대한 속기록

by 글그림



다시 돌아온 계절을

작은 수첩에 적기로 했습니다

묵혀둔 수첩에는

작년 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벚꽃보다 먼저 피는 건

담벼락에 붙은 꽃이끼

그다음은

마트 앞에 쌓인 귤 상자들입니다


귤껍질을 까면

봄이 온다는 말은

누가 처음 했을까요


어제는 책장에서

옛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밥은 꼭 챙겨 먹으라는 말이

편지마다 적혀 있었습니다


괜히 뜯은 치약을

다시 넣어두었습니다

그저께 산 마늘도

다지지 않은 채

다시 신문지에 싸두었습니다


봄은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남겨두는 것에 가깝다고

오늘 수첩에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