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새벽마다
창가 쪽 이불을 내 쪽으로 더 당겨주었다
잠꼬대를 하다가도
느낄 수 있었다
김장 배추를 절이면서
팔에 남은 멍을 문지르곤 했다
이번엔 손 안 베었다며 웃으셨다
그해엔 눈이 늦게 왔다
기상청은 함박눈을 예보했고
나는 시장에서 배춧값을 물어보다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김치냉장고를 열 때마다
눈꽃 핀 설악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이따금
바닥에 쏟은 물을 걸레질하면
할머니가 닦던 방향으로 손이 움직이고
아주 짧게
미소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