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by 글그림



언제부터인지

벽지에 들러붙은 물자국이 생겼다

구름을 한 장씩 개어 올려서

바람에 말리고 싶었다


빛이 들어오는 이마의 접힌 주름마다

아궁이에서 끓고 있는 구름을

손끝으로 들어 올려

파란 비닐 우산처럼 펼쳐 보았다


아버지가 쓰던 연탄집게를 벽에 걸어두고

불씨 대신 남겨진 그림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미지근한 불이 방 안을 돌았고

나는 아랫목에 이불을 덮고 앉아 있었다


한참 후에야 벽이 조금씩 마르는 것을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체온이

구름 속에 스며 있을까 생각했다

발끝으로 천천히 그늘을 밀어냈다


어떤 계절은 불행이 아니라

눅눅한 습기일 뿐이라는 걸 알았을 때

구름을 새처럼 접어

창밖으로 날려 보내고 싶었다


창을 열면

내가 이름을 붙이지 못한 구름들이

슬픈 표정으로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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