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by 글그림



도시는 수평선을 가지나요?

희미하게 안개를 흔드는 침묵을 배우려

하늘 깊은 곳에

뿌리를 묻었어요


북쪽으로 흐르던 바람의 파편이

돌연 남향으로 불어와요

멈추지 말아야겠죠

이곳은 별이 지고 유성이 드나드는 길목이라서

좌초되더라도

새벽을 해석할 수 있어요


옥상 위에선

관측자가 별자리를

바느질로 잇고 있을지 모르죠


공전하는 새벽 속에서

소수(素數)를 세고 있는 내 모습은

고독할지도 모르죠


원주율의 소수점은

사실상 계산할 수 없는 거 아닐까요?


내가 조금이라도 주저한다면

당신은 계속되는 연산을 멈춰야 해요


단절된 소음, 세밀한 눈금들

돋보기 하나쯤은 챙겨야 합니다

슬슬 노안이 올 세월이거든요


가끔은 내 안에서도

피폭이 증폭되긴 해요


나도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잘 모르죠

우리는 서로를 모르기에

낯익은 미지수예요


더 이상 나눠질 수 없는지도 모르죠


전파탑 근처에 서면

온몸이 회로처럼

자기장 속에서 벼려져요


자정 무렵,

책상에 앉아 손을 펴고

셋, 둘, 하나,

역순으로 세어 보세요


데이터 속에서

관측자가 말을 걸어올 거예요


수학자의 손에서는 종이 냄새가,

손등에 번진 잉크는 쓸쓸할 거예요


망각된 이론들은

칠판 위에 방정식을 만들어요

수식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죠


오차 범위를 확인하고 돌아온 그가

한쪽 뺨이 상기된 채

나를 봅니다


어깨에선 앰퍼샌드 기호(&)가

분열하고 있군요

우연이 아니랍니다


이제 당신이

소수점으로 붕괴될 시간이거든요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