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by 글그림



씹어보지 않아도 질긴 것을 알겠다

노란 꽃잎들은 그저 핀 것 같지만

흙속에는 저 혼자 삭힌 쓸쓸함이

잔뿌리처럼 잔뜩 붙어 있을 테니까


세상이 던져주는 쓴맛과

내 안에서 우러나는 쓴맛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다


'씀바귀'라는 이름은

너무 솔직해서

멋진 겉옷을 입는 일도

결국 다 부질없다


'황금빛 들꽃'이라고 불러보아도

아버지의 술잔 속에서는

이름만큼 쓴 인생의 밑동이 보였으니까


씀바귀가 아니라 그냥 '씀'이었다면

얼마나 소극적인가

쓴 뿌리를 인정하는 일은

쓸쓸함을 끌어안는 일과 같았다


달콤한 이름을 고집했다면

오히려 위선자였을지도 모른다


밭고랑에 씀바귀가 가득하면

나는 쌉싸래한 풍경 앞에서

깊은숨을 쉬곤 한다


문득, 쓴맛으로 아늑해진 삶을

흙처럼 일구다

쓴웃음을 짓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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