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역사적 태도에 대한 비판
많은 학자들은 유럽의 제국주의적 지배로부터 이식된 긍정적인 것들, 이를테면 '인권,' '법치,' '언론의 자유'가 마치 이미 식민지에 존재했던 것처럼, 혹은 그런 이식이 부재했더라도 식민지가 마치 자생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한다. 반면 그들은 유럽 제국들이 저지른 부정적인 것들, 이를테면 '노예무역,' '억압,' '착취'는 마치 식민지에 새롭고 낯선 것처럼 말한다. 이는 대단히 몰역사적인 주장이다. 차라리 반대가 더 진실에 가깝다.
만약 어떤 식민지에 유럽의 자극 없이도 인권이나 자유주의를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동일한 논리로 그 식민지에 유럽의 자극 없이도 노예제와 위계적 지배를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러나 반제국주의 담론에서는 이 '잠재력'을 오직 긍정적인 제도에만 적용하고, 부정적인 제도엔 적용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하는가. 식민지 사회를 도덕적으로 순결한 피해자로 상정해야만 제국주의를 절대악으로 고정할 수 있고, 현재의 국제적 불평등과 국내적 어려움을 외부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 분석이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소망이 반영된 태도다. 역사적인 태도란 역사 속 행위자들과 현상의 도덕적 복잡성을 인정하고, 조금은 초연한 마음으로 양면을 두루 논하는 것이다. 역사에서 명백한 선과 악의 대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연구에서 '경제성'은 일만 악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