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베트남 여행 #7 (마지막)
베트남에 도착해 진하디 진한 베트남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넣으니
이곳이 베트남이구나!! 실감이 났다.
첫 만남
14년 전 베트남 단원으로 파견되어 처음 커피를 먹었을 때 웬 사약을 주나 싶었다.
본래도 심장이 두근거려 커피를 잘 못 먹는데 이렇게 쓴 커피라니!
다음에 다시 커피숍에 가서 시켰는데 역시나 사약!
우유를 더 달라고 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길 해야 하나, 그리고 돈을 내야 하는 건가 아닌가~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무덥고 끈끈한 베트남의 날씨 속 진한 커피 한잔의 맛에 빠져들었다.
그리도 진한데 신기하게 심장 두근거림도 없었다.
다시 한국에 와서 베트남 커피를 먹어보았지만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먹어야 이맛이 난데요, 물이 달라서' 누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정말 그래서일까?
재회, 설렘
베트남 가기 전부터 기대했던 것은 커피였다.
위염이 있어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커피는 포기 못하지, 위장약을 미리 좀 준비해 갈까? 싶은 생각까지 했다.
베트남에 가게 되면 맛있는 커피를 실컷 먹어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커피의 카페인으로 예민해서 두근거렸다면 이제는 다양한 커피들이 기대돼서 두근거렸다.
숙소의 조식뷔페에서 만난 커피는 정말 사약을 끊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나 커피 옆에는 끈적한 연유가 준비되어 있었다.
베트남 커피 여행
베트남 커피를 검색해 보니 요즘 에그커피(카페쯩, cà phê trứng)가 유행이란다. 호이안에 도착해 첫 커피로 에그커피를 주문했다. 계란을 거품기로 휘저어 만든 폭신한 크림이 커피 위에 올려져 있었다. 코로나 때 수만 번 휘저어 만들었던 달고나 커피가 떠올랐다. 독특함과 부드러움이 있으나 계란 특유의 맛이 남았다. 결국 그것이 베트남에서 마지막 에그커피가 되었다.
다낭 미케비치에서 마신 카페라떼는 한국에서 늘 마시던 맛과 다를 바 없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베트남 전통 커피를 마실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베트남 다낭의 리조트 조식에서는 베트남 커피를 어떤 배합으로 마셔야 하는지까지 안내되어 있었다. 나는 우유와 커스터드밀크가 들어간 박씨우(Bạc Xỉu) 가 제일 맛있다. 베트남 커피 특유의 진한향과 쓴맛 그리고 달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다낭 바나힐의 스타벅스는 설날을 맞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베트남에도 매력적인 커피가 넘쳐나는데 스타벅스가 많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맛을 내듯, 스타벅스 커피도 그런 모양이다. 베트남 특유의 쓴 커피보다 익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남편에게는 반가운 곳이었다.
하노이 숙소 앞에 있던 길거리 카페. 아마 아침에만 잠깐 문을 열 것이다. 출근길에 커피를 사가는 회사원들이 많았다. 가격도 저렴한데 베트남 여행 중에 마셨던 커피 중에 제일 맛있었다
딱 알맞게도 커피집 옆에는 반미를 팔고 있었다. 덕분에 풍요로운 아침이 완성되었다. 소금커피는 어떤 맛일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됐는데, 커피 위에 두꺼운 크림을 올려주었고 그 크림에서 짭조름한 소금맛이 느껴졌다.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섞어 마시니 짠맛과 단맛의 조화가 놀라웠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묘한 짠맛이 감돌아 깊은 풍미를 더했다.
베트남에서 먹은 마지막 커피는 하노이 기찻길 카페의 코코넛커피(카페즈어, ca phê dừa)였다. 아포가토 코코넛 버전이라고 할까? 코코넛아이스크림을 커피 위에 올려준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홀짝홀짝 다 뺏겼다.
한국에 돌아와 믹스커피를 마시니 맹맛이었다. 베트남 커피의 강렬함에 길들여진 탓일까? 그런데 지금은 위염이 더욱 심해져 그마저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 커피 없는 일상이 아쉽지만, 사진을 보며 추억하니 코끝에 커피 향이 감도는 것만 같아 위안이 된다.
하노이에서 만난 학생들이 선물해 준 네스카페 믹스커피 (카페 쓰어다, cà phê sữa đá). 귀국해서 한잔 먹어보니 베트남 특유의 맛이 났다. 아껴뒀다 여름에 아이스커피로 즐겨야지!
이렇게 두근두근 달콤 쌉싸름한 추억들을 마음에 남기며 베트남 여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