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띠
새벽 5시를 깨우는 일상이 몸에 익어서일까요? 이제 밤 9시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옵니다. 잠시 책을 읽다 10시가 되기 전 잠자리에 듭니다. 일찍 잠드는 덕분인지 수면의 질은 전보다 훨씬 깊고 밀도 높게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일과 육아에 치여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보상심리로 아이들이 잠든 후 맛있는 야식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헤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비워내고 나니, 역설적이게도 삶이 더 가득 채워지는 듯한 충만함을 느낍니다. 명상이 주는 '비워냄으로 채운다'는 깨달음이 삶으로 스며든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오늘 명상은 유독 호흡에 머무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생각을 주입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잡념이 저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왜 이렇게 집중하지 못할까?'라고 자책하는 마음조차 그저 명상을 방해하는 또 하나의 생각일 뿐임을 알아차립니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다시 돌아옵니다.
오늘 마음챙김 수련에서는 '사띠(Sati)'라는 단어를 깊이 만났습니다. 사띠는 '마음챙김'이라는 뜻과 함께 '기억'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결을 달리합니다.
모두가 같은 풍경을 본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10살 어린 사촌 동생이 있습니다. 같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지만, 저에게 고향은 감수성의 원천이자 아름다운 자연이라면, 동생에게 그곳은 그저 따분하고 탈출하고 싶은 촌구석일 뿐이었습니다.
얼 나이팅게일은 말했습니다.
"따분한 사람에게 세상은 따분하고, 매력적인 사람에게 세상은 매력적이다."
결국 세상을 어떤 빛깔로 바라볼지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연민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 또한 따뜻한 온기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지금 삶이 고단하게 느껴진다면 잠시 나를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내 기억 속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살피고, 그것을 부드럽게 놓아주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의 나를, 지금의 삶을 연민의 자세로 바라봐 주세요.
그렇게 따뜻한 시선을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우리의 삶도 어느새 행복이라는 감각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삶에 따뜻한 시선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