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나의 성향이 참 많이 닮았음을 느낀다.
경쟁을 싫어하고,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하며,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문장에서 깊은 공감을 했다.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미술 시간,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판화 과제에 꽂혀 야간자율학습 시간 내내 맨 뒷자리에 앉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팠다. 한 땀 한 땀, 그 지루한 작업을 누구의 강요도 없이 정성스럽게 해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이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신발 끈을 묶는다.
나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깊게 몰입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해지곤 한다. 좋아하는 일의 효율이 200%라면, 싫어하는 일은 0%에 수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삶은 좋아하는 일만 골라 하며 살 수 없다. 목표가 높아질수록 더욱 그렇다.
나는 마라톤 '서브 3'를 꿈꾼다. 이를 달성하려면 달리기뿐만 아니라 보강 운동(웨이트 트레이닝)이 필수다. 솔직히 나는 달리는 건 좋지만 근력 운동은 죽기보다 싫다. 하지만 싫어하는 그 일을 하지 않고서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목표에 닿을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한다.
진짜 실력은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까지 기꺼이 해내는 태도'에서 나온다.
하기 싫은 과정을 묵묵히 견디고, 마침내 그 고통마저 즐기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그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