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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May 24. 2024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

더닝 크루거 효과

 


중남미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는데 뭇 남성들의 휘파람이나 자동차 경적이 시원찮으면 집으로 돌아가 화장을 고치고 더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단다.

그래서 길가는 선남들이 그녀에게 환호해야 마음이 놓인다나.

특히 심한 곳이 아르헨티나의 지방 도시인 것 같다.

쪽 팔리게 길가는 세뇨리따에게 휘파람이나 불고 클랙슨을 울리냐고 나무랐더니 여기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렇게 안 하면 정성 들여 치장하고 나온 아가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그런 정열적이고 적극적인 중남미인을 뒤로하고 미시시피강 입구에 도착해서 도선사가 우리의 'HAPPY LATIN' 호에 타고 배턴루지 항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170여 해리를 열 시간 넘게 항해해야 한다.

강 좌우로는 사람 사는 집의 흔적이 간간이 보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이다.

이 강물이 젖줄이 되어 비옥한 땅에서 농사와 목축이 얼마나 잘 될까 부러웠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거나 들었던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이 어린 시절 미시시피강 강가에서 뛰어놀며 자랐단다.

길이가 6천 km가 넘는 엄청나게 긴 강이다.

굴곡이 심해 비행기로, 직선으로 날면 3천 km면 될 것을 화물선은 굽이굽이 그 두 배 이상을 항해해야 한다.

19세기 말까지는 수많은 증기선이 목화와 곡물, 설탕 등을 실어 날랐고 철도가 생긴 후에는 바지선과 세계 각국의 화물선이 곡물과 각종 화물을 실으려고 끊임없이 입출항한다.


마크 트웨인은 필명이다.

예전 미시시피강 수로 안내인은 선장과 조타수에게 '마크 트웨인(물속 두 길, 12피트, 3.65m)!'을 외치면 안전하니 계속 가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마크 트웨인은 문교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2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초등학교 5학년만 다니다 인쇄소의 수습공이 되어 일을 배우고, 각지를 전전하였다.

22살에 미시시피강의 수로 안내인이 되었는데, 그 경험이 나중에 글 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그의 작품 안에 담겨 있다.

구어체 표현의 대가라고 알려진 그는 풍부한 유머와 탄탄한 서사, 사회적 비판을 썼다.

그의 자전적인 소설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이 대표작이며 후자는 종종 '미국의 위대한 소설'이라 불린다.

아동 문학으로 유명한 '왕자와 거지'도 그가 쓴 사회 풍자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는 마크 트웨인을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 부르며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유머 작가'라고 칭송했다.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헤밍웨이는 그를 두고 ‘미국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설에서 시작되었다.’라고 극찬했다.


글을 쓸 땐 마크 트웨인이나 헤밍웨이처럼 짧고 재미있게 쓰려고 마음먹지만 늘 길어진다.

요즘같이 이 좋은, 아니 바쁜 세상에 재미없고 길면 보다 만다.

교장 선생님이 지루하게 30분 채워 연설하는 것보다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삼 분 만에 끝내고 '여러분, 감사합니다.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은데 들어가 쉬세요.'라고 마치면서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 안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같은 깊은 메시지가 받쳐줘야 하겠지만...


어린 톰 소여의 모험을 보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어렸을 때 뭔가 잘못해서 어른들에게 야단맞고 어디론가 멀리 사라지거나 죽고 싶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또, 마음에 드는 친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심술을 부리거나 다른 아이와 친한 척한다든지,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려본 적이 누구에나 한두 번쯤은 있었으니 말이다.

성장소설이라는 그의 글 속에서 행복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 속의 톰 소여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한다.

반대로 어른들은 모험을 꺼리는 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코넬대 더닝과 크루거가 연구하고 발표한 이론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잘난 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무식하면 용감하지만, 알면 겁쟁이가 된다는 말일까?

영화나 소설에 보면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라는 대사도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조직에서 경험 많은 책임자들이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망설이는 이유로도 설명이 된다.  

실패의 가능성과 그 후폭풍을 너무 잘 알기에 과감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선택의 순간을 놓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생긴다.  

경제전문가들이 정작 본인이 투자하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약한 이유이다.  

여러 사람 이야기를 종합할 때는 특히 더닝 크루거 효과를 참고해야 한다고 한다.  

비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크지만,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은 신중하게 받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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