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에서 일본 배의 기름 유출
스텔라 데이지 호 침몰
일본 화물선이 모리셔스 근해에서 암초에 좌초되어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
모리셔스에서 일본 배의 기름 유출
최근 인도양의 청정 휴양지로 소문난 모리셔스 인근을 지나가던 20만 톤급 일본 광석선이 좌초되어 기름 유출로 난리가 났다.
배가 암초 위에 올라가 운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열흘이나 방치해 좌초된 부분이 더 찢어져 기름이 새기 시작했다.
미리 연료를 빼냈으면 기름 유출이 적었을 텐데 정부와 선주가 서로 날씨와 장비 탓하다가 나빠진 안타까운 경우이다.
기름이 유출되면 대재앙이 시작된다.
사람이 기름 먹고 뒤집어쓰면 어떻게 되겠는가?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니 와카시 호가 사고 해역에 접근할 때까지 11노트의 일정한 속도로 항해해서 항해사나 선장이 위험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게 자주 다니던 항로에서 도착 예정 일시 낼 때 똑똑한 일본인 항해사들이 암초 위에 항로를 그릴 리가 없다.
모리셔스 해안 경비대에서 배가 산호초에 너무 가까이 간다고 경고하려고 했는데 배에서 응답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허베이 스피리트 호와 삼성 바지선 충돌 때와 비슷하다.
당직자들이 뭐 하고 있었냐고...
한 시간여 만에 겨우 통화가 되니 일본인 캡틴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원인 추측 기사는 지루한 항해 중에 모리셔스 구경도 하고 핸드폰이 터지게 하려고 가까이 다가가 산호초에 얹힌 게 아니냐고 한다.
배 철판이 암초를 이길 수 있겠냐고...
일본인들은 얼렁뚱땅이란 게 없고 규정을 잘 지키는 국민성을 갖고 있기에 근거 없는 추측일 수도 있다.
어쨌든 천하의 일본인 항해사들이 그 큰 배를 암초 위에 올려놓았다.
기름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지만, 해상으로 유출되면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수산, 양식업에 막대한 손실이 오고, 관광 등 해양 관련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힌다.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를 상상해 보라.
바닷물에 둥둥 뜬 기름은 해안을 온통 검게 오염시킨다.
은빛으로 반짝이던 백사장과 바닷가 생명체는 검은 파도의 재앙에 속수무책이다.
온몸에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채 영문을 몰라 몸부림치는 바닷새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보통 기름 유출 사고가 나면 부근의 물고기, 어패류 그리고 바닷새 수십만 마리가 바로 돌아가신다.
모든 게 자연정화 능력이 있다지만, 기름이 한꺼번에 유출되어 해안으로 밀려오면 부근에 있는 생명체는 다 죽거나 살아남아도 기형이 된다고 봐야 한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엑손 발데스호 기름 유출 사고의 경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름 잔해가 남아 있고 기형 물고기가 잡힌다고 한다.
이렇듯 엎질러진 기름을 다시 주워 담기란 불가능하다.
환경 비상사태가 선포된 모리셔스 국민이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물속의 기름을 흡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는 이도 있단다.
모리셔스 미용사들도 이발을 무료로 해주고 머리카락을 모은다.
그 머리카락을 나일론 스타킹 속에 채워 오일펜스를 만든다.
모리셔스는 기름 유출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리셔스는 이미 코로나 난리에 관광객이 오지 않아 경제난으로 허덕이는데 기름 유출까지 더해 겹 재난으로 당장 먹고살게 걱정일 것이다.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의 유조선 엑손 발데스 호가 20만 톤의 원유를 싣고 알래스카만 프린스 윌리엄 해협을 항해하다 암초에 걸려 좌초됐다.
사고는 초뺑이 선장이 초짜인 삼항사에게 당직을 맡겨 발생했다.
선장 헤이젤 우드는 전에도 음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던데 사고 당시에도 술에 째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연안 항해 중에 선교에 있지 않고 배를 삼항사에게 맡겼다.
삼항사는 빙산을 피해 가다 재수 없게 암초에 충돌하여 배가 깨져 원유가 새 대재앙이 시작됐다.
보통 입출항할 때나 연안 항해할 때는 경험 많은 캡틴이 안전 운항을 위해 브리지에서 직접 지휘한다.
선주가 왜 월급 많이 주냐고...
사고 후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태안반도 사고에서 유출된 기름의 세 배가 넘는 사만여 톤의 원유가 청정해역 1,600km를 덮었다.
이 사고로 바닷새, 물개, 수달 등 수십만 마리가 죽었고 어패류, 해조류 등이 엄청나게 폐사했다.
사고가 나자 기름이 퍼지지 않게 오일펜스를 설치한 뒤 오염된 바닷물을 퍼냈다.
또 바위와 해안에 묻은 기름을 없애기 위해 수만 명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닦아냈다.
삼 년여에 걸쳐 기름 제거 작업을 했으나 원유 유출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엑손 사는 기름 제거 작업에 20억 달러 이상을 들였고 미합중국 대법원은 인근 어민 등에게 50억 달러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 사고 후 유조선은 이중 선체로 만드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그래서 아직 쓸만한 단일 선체 유조선을 광석선으로 개조하여 운항하다가 스텔라 데이지 호 침몰 사고가 났다.
스텔라 데이지 호는 2017년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중국 칭다오로 항해하고 있었다.
우루과이 남동방 2,500km 지점의 남대서양을 항해하다가 한국 선사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선박 침수 사실을 알린 뒤 연락이 끊겼다.
인근 해역을 지나가다 조난신호를 받고 수색하던 여러 배 중 그리스 선박 엘피다 호가 표류하던 구명벌에서 필리핀 선원 2명을 구조하였다.
유력한 사고원인은 선령이 25년이나 된 선박 노후화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팔구십 살 정도로 매우 낡은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원래 유조선이던 스텔라 데이지 호가 2009년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되어 선체 변형으로 사고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000년대 들어 유조선 사고로 기름 유출이 되어 해상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단일 선체 유조선을 퇴출하고 이중 선체 유조선만 기름을 실어 나르는 국제 규정이 시행되었다.
마침, 유조선 수요가 줄고 대신 광석 화물이 많아져 스텔라 데이지 호 같은 단일 선체 유조선을 벌크선으로 개조하였다.
그때그때 타이밍에 맞게 변신하는데 귀재들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스텔라 데이지 호는 워낙 노후한 데다 관리가 부실해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은 똥배로 유명했다.'라고 말했다.
모리셔스의 날벼락과 스텔라 데이지 호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가 선박 안전 검사, 선원 교육 등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또, 자연과 인명을 경시하는 물질만능주의의 냉혹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