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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Feb 20. 2024

프랑스 군함 메두사 호의 뗏목



자, 이제 피리우스에서 인계인수하고 알렉산드리아로 전선 할 때 시간이 되면 남희가 있는 독일에 비행기 타고 갈 수도 있다. 후후, 보고 싶은 남희.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이 생겨 엉킨 실타래같이 될 때도 있지만, 배가 팔려 다른 배로 전선 하면서 이 나라 저 나라 거쳐 가며 그 틈새 남희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누가 말했듯이 너만 생각하면 타는 듯한 목마름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더니 남희가 그 짝인 거 같다.


통신실 전화벨이 울린다.

“어이, 국장! 식사하고 본사와 대리점에 Noon Report 보내야지.”

캡틴 전화다. 사관 식당에 들어서니 오늘의 화제는 호루라기 이야기다. 일항사는 집에 호루라기가 몇 개 있단다. 따님이 호루라기 불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일기사도 서너 개 있다는데.... 사연인즉 휴가 중에 아이들이 아빠 왔다고, 밖에 놀러 가지도 않고 집 안에서만 맴돈단다. 그러니 분위기도 잘 안 잡히고 해서 아이에게 과자 사 먹으라고 돈을 주면서 꼭 호루라기 하나를 사 오라고 시킨단다. 그러면 아이들이 과자 사 먹고 제 볼일 보고 또 얼른 집으로 오고 싶어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돌아온다나.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얼른 옷매무새 고치고 헛기침하고 있어야지.


캡틴이 큰소리로 너털웃음을 웃다가 말한다.

“난 프랑스 영해만 지나가면 나폴레옹이 생각나는데 쵸사는 무슨 생각이 드는가?”

“전 코냑! 향이 죽여주잖아요.”

“프랑스 나폴레옹과 독일의 히틀러가 종종 비교되는데 히틀러는 십여 년간 권력을 행사한 뒤 독일이 폐허가 되고 시체와 쓰레기만 남겼잖소. 반면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말했던 나폴레옹은 대들 나이인 30대 초반에 프랑스 황제가 되어 유럽의 절반을 차지하고, 시민 개혁과 문화, 교육, 법률을 근대적으로 변화시킨 업적은 그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거요.”


안 선장님이 목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국장, 그 나폴레옹 시대에 프랑스 군함 메두사 호 사건이 일어났는데 알아요?”

밥 먹으면서 얼른 대답을 못 하자 캡틴이 말을 잇는다.

“안데스산맥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살아남은 우루과이 럭비 선수들이 동료 시체를 먹으면서 구조될 때까지 버틴 일이 이 바다에서도 일어났단 말이지. 메두사 호가 세네갈 부근에서 좌초하여 타고 있던 사백여 명 중 구명정 타고 탈출한 사람은 떠나고, 남겨진 백오십여 명 중 열네 명만이 살아남은 거야. 그것도 식량 없이 아주 오랜 기간 표류하면서.”

일기사가 입을 뗀다.

“네, 선장님. Alive 영화는 보았는데 메두사 호 사건은 잘 모르겠습니다. 인육을 먹고 살아남았다는 겁니까?”

기관장이 무겁게 말문을 연다.

그렇지. 상상하긴 싫지만, 만약 우리들이 그렇게 굶주려 죽을 상황에 부닥쳤으면 어찌했겠소?”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하면서 실각한 즈음, 프랑스의 대형 범선 메두사 호가 세네갈 해안에서 좌초했다. 영국 식인지였던 세네갈을 접수하기 위해 떠난 선장과 세네갈 총독 등 고위 인사는 구명선을 타고 탈출했다. 나머지 군인, 선원과 이민 가는 이들 백오십여 명은 구명선에 뗏목을 연결하였지만, 구명선에서 지들만 살겠다고 뗏목 밧줄을 끊어버리자 표류하게 된다.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서 미쳐가다 인육을 뜯어먹고 살아남은 자는 열네 명. 프랑스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쉬쉬했으나 제리코라는 화가가 생존자들을 직접 찾아가 당시 상황을 듣고 참혹했던 뗏목에서의 상황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죽은 시신을 그리기 위해 파리 시내의 병원 시체안치실에 직접 찾아가 시시각각 변하는 사체를 확인하며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화면 왼쪽, 죽은 시신을 잡고 있는 남자는 핏빛 천을 머리에 두른 채 넋을  있다. 모든 것을 다 놓아 버린 듯한 남자의 무표정함은 늘어져 있는 시신과 함께 절망감을 더해 준다. 망망대해에서 살려달라고 천을 흔드는 선원의 모습은 더없이 처절하게 보인다.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이 아니었어도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일은 인류 역사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했다. 아프리카와 뉴기니 등지의 식인종, 영국의 흡혈귀 드라큘라 가문, 수호전의 사람 고기만두,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인육을 먹었던 일 등이 실제 있었다고 한다. 땅이 넓고 사람이 많이 살던 중국에서는 람 고기를 여자, 남자, 아이 등으로 구분해 부위별로 팔았다는 기록도 있단다. 동족을 살해하고 먹는 일이 동물의 세계가 아닌 인간사에서도 흔치 않게 일어났다는 말이다. 메두사 호나 Alive 영화에서 인육을 먹고 살아남은 자를 당시 법에서는 처벌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항사가 삼기사를 쳐다보며 혼잣말로 ‘원효대사는 해골바가지에 담긴 썩은 물을 마시고 도통하셨다는데.’라고 중얼거린다. 


마음이 동하면 모든 것이 다 나를 위한 것이요, 마음이 떠나면 다 부질없는 것이리다. 오만 가지 것들이 다 내 속에서 나오기에 내 마음먹기 따라 인생이 즐겁고 또한 삶이 고달파질 수도 있것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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