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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엽 Feb 28. 2024

세계 3대 미항 나폴리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로마, 밀라노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나폴리만 안쪽에 있는 천혜의 항구로 토양은 비옥한 화산재로 되어 있다. 야자나무가 아닌 오렌지나 올리브 가로수가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해안은 뒤쪽의 베수비오 화산과 더불어 지중해에서 멋진 풍경 중 하나이고 카프리섬이나 산토리니 해안 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하얀집들이 이방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림엽서 사진을 보면 ‘아~ 거기!’라고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살아 있을 때 나폴리는 보고 죽어야지.’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멋진  중 하나이다. 아이러니하게 ‘죽고 싶으면 나폴리로 가라.’라고 말하기도 한단다. 여름은 건조하고 겨울에 전혀 춥지 않은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이탈리아 도시 중 기후가 가장 좋은 편이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날, 북풍이 아닌 동풍이 불었다면 폼페이 대신 나폴리가 사라졌으리라. 축구 악동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나폴리에서 뛰었을 때만큼 나폴리가 축구를 잘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폴리에서는 마라도나가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살려고 먹는 건지 먹으려고 사는 건지 어김없이 식사 시간은 돌아온다.

“어이, 쵸사. 세계 삼대 미항이라는 데를 다 가봤나?”

“그럼요, 배 탄 지 십 년이 넘었는데요.”

일항사가 대답하자 캡틴이 덧붙인다.

“그런데 나폴리는 뭔가 부족한 거 같지 않아?”

내가 말을 이었다.

“그러게요. 소문만 못 한 거 같아요. 차라리 캐나다 밴쿠버나 부산 야경이 더 죽여주잖아요. 아름다운 항구로 꼽는 것이 우선 산과 어우러져야 멋있고, 부산항에 입출항할 때 보면 야경이 얼마나 멋져요. 산복도로 주위로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기가 막히잖아요. 항구의 야경을 넋 잃고 쳐다보고 있으면 마도로스의 설렘과 그리움 그 자체지요. 새벽에 보면 쪼깨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폴리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에 공업도 발달했으나, 거리가 그리 깨끗한 편도 아니고 교통이 엉망이고 밤거리 치안도 별로 좋지 않다. 시내를 걷다 보면 생계를 위해 구걸하는 이, 허접한 물건을 팔려는 빈자와 난민이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으며, 길 가다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흑형도 있어서 외국인이 혼자 다니기에 겁이 날 정도이다. 어렸을 때 ‘김찬삼의 세계여행’인지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선가, 이탈리아는 구두 같은 가죽제품을 잘 만들고 소매치기로 유명한 나라로 기억된다.


나폴리 항에서 뻬루로 갈 자동차, 중장비와 분해한 차나 부속을 넣은 컨테이너를 싣고 ‘HAPPY LATIN’ 호는 두 번째 선적지인 사보나 항으로 향했다. 사보나 항에서는 피아트와 마세라티 그리고 중장비를 더 실을 예정이다. 뻬루에는 일항사 큰따님이 KOICA 단원으로 나와 살지만, 북부 삐우라 항에는 유빈 누나가 이민 와 큰 자동차 정비소를 하고 있다. 사보나 항에서 삐우라에 갈 차나 중장비도 실으려나 모르겠다. 하역 스케줄을 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일반 화물에 비해 차 선적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배 뒤나 옆에 개폐구가 있어 Roll on, Roll off 방식으로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선박과 부두 사이에 걸쳐 놓은 Ramp way로 자동차나 트럭, 중장비를 운전해서 그대로 선내에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이다. 자동차를 선적한 후 배 바닥의 홀과 차량의 각 모서리를 와이어로 단단하게 묶기만 하면 된다. 컨테이너와 높이가 높거나 긴 중장비갑판에 싣는데 육상이나 본선 크레인으로 올려 고정한다.


“차를 실었으니 말이지 부자나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페라리, 부가티, 람보르기니가 어느 나라에서 만든 차인지 아나?”

캡틴이 묻자 ‘정확히는 모르지만, 독일 아닙니까?’라고 일항사가 대답했다.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캡틴이 웃으며 말했다.

“예끼,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탈리아라네. 독일에선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 차가 별 인기가 없는데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는 의외로 전 세계에서 판매 순위 상위에 든다네. 피아트의 창업자인 지오반니는 자동차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되고 대중이 탈 수 있는 성능이 우수하고 싼 차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차를 만들었대요. 또, 대량 생산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디다. 억 소리 나는 슈퍼카 페라리, 마세라티 등이 피아트 계열사라네. 차를 싣는다고 해서 나도 좀 찾아봤소.”

안 선장님의 유식이 통통 튀는 이야기가 계속됐다.

“읽다보니 재미있는 게 람보르기니 트랙터는 ‘절대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명성으로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좋았대요. 돈 좀 번 람보르기니는 그가 운전하던 페라리가 클러치 고장이 잘 나 페라리를 찾아가 조언하려 했다지. 당시 페라리는 F1 경주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때라 ‘당신은 트랙터나 잘 만들어 파쇼.’라고 문전박대하여, 열받은 람보르기니가 페라리보다 빠른 슈퍼카를 만들게 됐다네.”


“말이 나온 김에 배에서 돌아다니는 진짜 같은 거짓말 하나 해볼.”

잠시 목을 축인 캡틴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을 시작한다.

“거 배 부식 창고 문이 파도치거나 해서 저절로 닫히면 안에서 손잡이를 세게 치면 열리잖아. 그런데 젊은 싸롱이 밤에 술 생각이 나서 살금살금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겠다. 혹시 누가 볼세라 불도 안 켰단 말이지. 마침, 지나가던 조리장이 냉장고 자물쇠가 안 잠겨 있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빨간 불도 안 켜 있어서 열쇠로 잠갔단 말이야. 그 안에서 홀짝홀짝 시원한 맥주 몇 캔 마신 후 나가려고 문을 열려는데 바깥에서 열쇠로 잠근 문이 열리나. 방열 장치가 잘 된 배 냉장고에서 문을 발로 차고 소리를 질러봤자 밖에서 들리냐고. 그래서 얼어 죽었다네. 그런데 그날 냉장고가 고장 나 작동이 안 되고 있었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요.”

내가 주워들은 게 있어서 ‘아~ 긍정 마인드인 플러시보 효과네요?’라고 대답하자, 일항사가 웃으며 말한다.

“알려면 정확히 아셔야지, 국장님. 그 반대로 노시보 효과 아닌가요?”

푸하하~ 그 나물에 그 밥이네. 플러시보 효과는 환자의 치료에 전혀 상관없는 약을 치료 약이라고 주었을 때 치료가 되는 심리적인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노시보 효과는 제대로 된 치료 약을 주어도 환자가 믿지 않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람이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우리가 몸은 나이 들어 예전 같지 않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따뜻한 마음으로 살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낫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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