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은 Jun 24. 2020

예순, 아니 환갑을 맞고서

 '난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을 맞았다'라고 지난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가지 수정할 구절이 있어 손을 댔더니 글 쓴 날짜가 수정한 날로 바뀌어 예순을 넘어서 환갑이 되는 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예순의 감성 대신 한 살 더 먹은 2020년의 마음으로 다시 쓴다.

 

 우리 나이라는 게 참 웃겨서 새 해 새 날을 맞으면 그냥 자동적으로 한 살을 더 먹게 된다. 내 조카 생일은 12월 31일. 우리 나이셈 덕에 그 녀석은 태어나 하루가 지난날 자동적으로 두 살이 되어버렸다. 음~~ 나이 먹은 사람답게 얘기가 옆 길로 새어버렸네. 다시 본래 주제로.


 이 나이를 지나가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세상에 내가 육십이라니.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나도 그렇다. 


 어제 쉰셋 먹은 사촌동생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우린 지겹지도 않게 나이 먹은 것에 대해 낄낄거리며 밥을 먹었는데 그 녀석이 은밀한 눈빛을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누나, 왜 알잖아? 우리가 숫자로는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지만 마음은 말이야, 그지? 마음은 아니잖아. 서른 때나 뭐가 달라. 똑같아" 내 마음과 똑같은 말을 그 녀석에게서 들으니 편안했다. 나만 꼴값 떠는 게 아니였으니. 


 내 세상은 여전히 새삼스럽고 적응하기 쉽지 않고 맞춰가는 게 서툴다. 한 가지 일을 십 년 동안 열심히 하면 저절로 전문가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는 '산다는 걸' 육십 년 넘게 해 왔는데 전문가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서툴고 쪼그라든 초짜가 되는 기분이다. '사는' 건 '일'이 아닌 지 시간을 더할수록 명료해지는 건 이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뿐이다.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고 매일 반복하던 일상도 느긋해지고 점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지금의 생각은 전의 그것과 좀 다르다. 나와 이만치 떨어져 나를 보게 만든다. 이런 변화가 좋다. 그리고 이 시간의 생각들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짧은 글이라도 자주 써보자 생각했다.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