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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ngho Yoo Mar 21. 2016

날씨보다 더 뜨거운 인도네시아 ICT 시장

(2편) ICT의 성장 동력

“우리는 가구 분야의 vertical commerce를 하고 있어요, 현재 거래액 기준으로 곧 100K USD 정도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3M 정도를 투자받을까 하고 있습니다. Valuation은 Post로 15M 정도고요”


“What? (the FxxK?)”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 정도 valuation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겠네요”


최근 ICT 분야가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이다. 똑똑하고 좀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분야로 뛰어들고 있고 초기 VC + 재벌 계열 VC들의 자본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서비스가 좀 돌아간다 싶으면 다들 ~10M Valuation을 부르곤 한다 (이 부분 은후에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그런데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3년 전 한국도 그랬다). 그렇다면 왜 이 타이밍에 ICT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을까 그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분야의 성장 동력은 ‘인구 계층의 다양성과 빈부격차’ 그 자체에 있다. 1편에서 이야기 한 바 있는데, 이곳은 인구 계층별로 5개 정도 class로 구분한다. 그리고 주요 기업들은 ClassA ~ Class B+에 해당하는 약 5~6천만 명을 중심으로 내수 시장을 이끌어 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인터넷 보급에 따라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Class B ~Class C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새로운 Volume zone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계층 별로 시장 환경/특징이 완전히 다른 곳이기 때문에 계층 별로 상이한 시장 접근을 요구하는 곳이다. 유일하게 각 계층별로 상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online/mobile 채널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기도 하다. (중간 Class) 연간 소득 1,000만 원 미만의 구매력이 약 2 배까지 성장할 것이고 이는 새로운 1억 ~ 1억 5천 명 정도의 거대 시장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부도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online과 mobile channel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집행한 책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당시 우리 회사는 마케팅 예산의 80%를 Class A에 두고 20%를 나머지 계층에 두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의 접근 방식과 유사하게 상위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brand marketing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하위 계층으로 가는 폭포수 효과를 기대하였습니다. Marketing은 서구적인 모델을 기용하고 전체적인 tone &manner 역시 이국적인 럭셔리 스타일로 전개하였습니다. 제품 역시 최상위 제품과 mid-end 제품을 밀고 나갔죠.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시장에서의 M/S 변화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어쩌면 본질적인 것일지도 몰랐지만)을 알게 되었는데, 각 소비 계층마다 시장이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예 다른 나라 사람들의 segment로 보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죠. 그렇기 때문에 각 class 별 시장에 따라 고유의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Class A에게 보여주는 이국적인 모델을 Class C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한들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전략을 수정하였습니다. 우선 예산을 Class A에 30%, Class B ~C에 40%, 나머지에 30%로 수정하였습니다. Class B ~ C가 가장 많은 사람들인데, 이들에게는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마케팅 모델도 현지 사람들과 친근한 연예인으로 기용하고,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도 철저하게 기능과 효능을 구체적으로 명시화하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모호한 이미지나 프리미엄 전략은 그들에게 혼란만을 가져다 줄뿐이죠. 제품 line도 ~200 USD 정도 (혹은 그 이하)의 것을 전략 상품으로 선정하였고 유통 전략도 현지화에 최대한 신경 쓰게 하였습니다.” 


“물론 경쟁자가 잘 못했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새로운 전략이 먹혀서 M/S도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한 시장에서 각 segment별로 상이한 국가처럼 접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라가고 인터넷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개별 소비자층에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고 다양한 형태의 media나 서비스들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각 계층별로 시장이 너무 다르고 그 접근 방법도 제한적이었지만 online/mobile이 발전하면서 이 이질적인 시장을 적절하게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ICT 관련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 원동력이 바로 이 부분이다. 


빈부격차가 크고 주요 인프라가 없었던 시장에서 Mobile 채널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선진국과는 다른 형태의 혁신 모델이 다수 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예컨대 최근 이곳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Go-Jek (이후 자세히 다루겠지만 일종의 카카오 택시의 오토바이 버전)은 (와보면 알겠지만) 말도 안 되는 자카르타의 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기 위한 오토바이 logistic platform 구축을 목적으로 시작하였고 현재는 사람을 태우고, 음식을 배달하고 기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platform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려 보면, 현재 국민의 50% 정도만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고 신용카드는 약 15% 정도의 보급률이다. 게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신용정보 회사가 등장하였다. 이런 환경에 발 맞추어 여러 Startup들이 금융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연결하는 사업뿐 아니라 고객 정보를 획득하며 장기적으로 여신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startup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전략이지만 이 시장에서는 아직 가능하다.

 

교육 분야는 어떠한가. 1억 명이 넘는 성인 직업인 중 약 8백만 명만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3천만 명 정도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성인 교육에 대한 needs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섬나라라는 특징과 인프라의 한계로 일부 사람들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이 발전하면서 주요 대학이 온라인 과정을 주요 class로 채택하고 있고 기타 원격 성인 교육 프로그램들이 국지적 한계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고 있다. 

Health care 분야도 마찬가지로 인프라의 한계를 온라인과 고객 Date 등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e-commerce 분야가 지금까지는 가장 hot한 곳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다른 분야들에 대한 seed 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데, 본인이 이곳에서 만난 창업가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사람들이다. 상당 수가 북미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신기하게도) 자기들끼리도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전 아니거든요). 그리고 소위 이야기하는 좀 사는 집안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그래서 가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데, startup에 종사하는 것이 높은 보수와 좋은 직장을 취득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있다. 대졸 초임이 30~50만 원인데, startup에서 management 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가면 2~300만 원 이상으로 몸 값이 뛴다. 물론 chief 포지션으로 가면 그보다 훨씬 뛰고 startup에서 startup으로 이동할 때 2배로 연봉이 상승하는 일도 많다. 


한 startup CEO 이야기를 빌리자면.


“저번에 우리 회사 마케팅 총 책임자가 다른 startup으로 이동했어요, 샐러리 상승, 보험 등은 당연하고 젠장 자동차까지 제공해준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startup인지 스스로도 혼란스럽습니다”


engineer들에 대한 수급도 매우 타이트하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람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Go-jek은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인도 회사를 인수하였다 (engineer들에 대한 인력 부족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여하튼 시장은 이렇게 끓어오르고 있다. 최근 투자가 많이 몰리는 분야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commerce: 말할 필요 없이 가장 dramatic 한 분야이다. 연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거래액은 시장 전체에서 4B UDS 수준이지만 10년 이내에 50B USD ~ 80B USD 이상(한국이 현재 ~ 40B USD)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Lazada, 11번가, Tokodedia 등이 Top tier(월 GMV ~ 20M USD 수준)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현지 대기업들도 진출하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현지 식품 재벌 Salim group이 롯데와 손잡고 시장에 진출한다는 설이 있다. 굴지의 Lipo 그룹은 Mathahari mall을 론칭하며 많은 자본을 지출하고 있고, 최고 담배 회사 그룹 Djarum은 BliBli에 투자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 CAV도 Tokodedia, VIP Plaza, Orami (Blina에 투자하였으나 최근 태국의 Moxy와 합병하여 새로운 기업으로 출발) 등에 투자하였으며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Media & AD: 온라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vertical media에 대한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Vertical media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광고 집행 금액도 성장할 것이고 특히 모바일 채널이 이를 견인할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광고 시장은 약 1.1 B UDS이며 (한국 의약 30%) mobile AD가 150M UDS 정도이다. 향후 5~10년 사이에 온라인 광고 시장은 10B USD, 모바일은 5B USD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니 마찬가지 로거 대한 시장이다. 


Mobile game: 게임 시장은 성장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인다. 낮은 ARPU (1~2 USD), 제한된 게임 유저 수로 인하여 아직 시장 규모가 50M UDS 미만이라고 한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obile game 매출이 월 500K UDS 미만임을 감안하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유저 수를 많이 확보하여 platform으로 전환하거나 혹은 광고 집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집객력 있는 게임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의 애니팡과 같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 Fintech & Logistics: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교육과 금융 부문은 인프라의 결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원격 강의 플랫폼을 통해 대학과 함께 사업을 하고 있는 Startup, 소액 대출을 연결하는 platform을 통해 고객 DB를 구축하고 있는 startup에 투자하였다. 올해 가장 높은 투자액 증가를 예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몇 startup들과 중견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는데, 성장성과 인구 수만 본 나머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그리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분명한 점은 이곳은 해외 시장 중에서도 진입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global player들이 경쟁 요충지로 보고 있고, 현지 최고 인재들이 꾸준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류나 일부 한국 제품의 유행에 편승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게다가 한류는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한다면 생각보다 그리 뜨겁지 않다) 


철저하게 시장을 이해하고 짝이 맞는 partner(이건 대기업도 쉽지 않았다)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격으로 management 하겠다는 생각도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례가 있는 시장에서의 know-how를 최대한 활용하여 현지에서 죽어라 localize 하겠다는 각오로 도전해도 녹녹하지 않은 곳이라는 게 지금까지 느낀 점이다. 


본인은 VC side에서 시장을 보고 있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ICT 투자 시장에 대하여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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