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었다.
“Oh, Are you korean?”
남들의 기대와 시선이 멈춘 곳이 아닌 내가 선택하여 시작한 곳에서 첫날이 되었다.
머나먼 타지에서 작은 체구의 여자가 15Kg의 큰 배낭을 메고 걸어가니 많은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길의 시작에 섰을 때 한국인은 친구와 나 둘 뿐이 없었기 때문에 눈에 더 튀었을 수도 있다. 야속하게도 날은 참 좋았다.
그리고 정말 욕이 나올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예능에서 봤던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였으나 하루 8시간은 걸어야 도착하는 숙소와 끝없이 펼쳐진 그 길은 마치 사막 위의 오아시스 같았다. 가방은 또 왜 이렇게 무거운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생각할 시간이고 뭐고 따뜻한 내 침대가 그리웠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오기로 끝을 보겠노라 다짐했다. 그 길 위에서 프랑스 노부부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만났고 독일 주류 회사에 다니는 데런과도 친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SNS를 통해 지금도 연락한다. 스페인의 햇살은 너무 뜨거워서 낮에는 걷지 못하였다. 그래서 새벽녘 6:00에는 출발해야 했고, 오후 3시 이전에는 알베르게(숙소)에 들어와야지만 빈 침대를 차지할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숙소도 많았고, 음식 사 먹을 곳이 없어 허기진 채로 나아가야 하는 배고픔 그리고 내 정신력의 한계를 경험하고 왔다.
"속세의 옷들은 집어던지고"
출발 전, 마을에 도착하면 많은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15kg의 배낭에 여벌의 원피스를 챙겨 왔다. 그리고 정확히 20km를 걷고 그 길 위에서 버렸다. 속세의 옷들이라고 생각하며 가방 속을 재정비하기에 앞섰다. 멋있는 풍경이고 뭐고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가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발목을 잡았다. 그 이후로 단벌신사가 되었다. 최소한의 여분의 옷과 속옷 양말을 들고 다시 그 길을 전진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그 날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금 생각해도 초반에 속세의 옷들을 버리긴 참 잘했다.
낯선 마을에서의 낯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