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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하는 작가 May 06. 2021

내 체질은 요가인, 내 몸 사용 설명서 EP-1

다리 찢기를 못했던 요가 강사


"어머, 옷은 이미 요가 강사인데.. 생각보다 다리가 안 찢어지시네요 "


"네.. 화려한 요가복 뒤에 숨겨두었어요 저의 뻣뻣함"


총 10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요가강사로 이직하게 된 과정들을 담아낼 예정이에요.




대학교 시절 필라테스와 요가를 어영부영 1년 넘게 했지만 몸 자체가 후방 경사이기 때문에 등과 허리가 한껏 말려 있는 체형이었다. 내 손과 발은 항상 닿을 듯 말 듯, 앉아서 두 다리를 피기에도 고통이 몰려왔다.


그런데 어떻게 요가 강사가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영업비밀이다. (사실 큰 이유는 없다. 차차 요가강사가 된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거북목에 굽은 어깨 그리고 하체 부종이 심해졌다. 누구나 흔히 겪는 직장인들의 만성 고충 3종 세트 아닌가. 나 또한 타지에서 시작한 신입생 활로 인하여 늦은 저녁 + 술과 함께 즐기는 야식과 함께 입사 2달 만에 5Kg을 획득했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헬린이(헬스 초보)를 지칭하는 단어와 딱 맞게 나는 열심히 러닝머신만 탔다. 기구를 사용할 줄 모르니 차일피일 운동을 미루다 결국 환불 과정을 밟았다.


헬스장 주위로는 슬금슬금 피하고 다른 재미난 운동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가본 곳이 줌바댄스였다. 춤추는 걸 좋아하니 아무도 모르게 (?)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좋을 것 같아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미 형성된 그룹의 단단함에 나와는 분위기가 맞지 않아 원데이 클래스 체험 수업으로 끝냈다.

그리고 남은 선택지는 수영과 요가였다. 겨울이고 추워서 물은 피하고 요가원으로 가게 되었다.

수업 10분 전 등록하러 오면 된다는 말에 요가원도 구경할 겸 20분 일찍 방문했다.


수련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남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남자 선생님에게는 요가를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순간 아무도 못 봤을 때 나갈지 말지 고민했다.  

일단 하루만 들어보자라고 생각하고 원데이 비용을 결제한 후, 그렇게 나는 전통 요가계로 입문하게 되었다.  첫 수업은 아쉬탕가와 하타였다. 첫 수업이 끝날 무렵 나는 진귀한 풍경을 목격했다. 앞에 두줄로 매트를 깔아 두셨던 분들이 단체로 머리 서기를 하는 것이다. 기인열전도 아니고, 여러 명이 수준급의 아사나를 선보였다. 맨 뒷 줄에 있는 나는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잠시 느끼게 되었다.


두리번두리번 남을 의식하는데 익숙했던 나는 스스로의 오기가 발동하여 남들은 쉽게 서는 듯 보이는 ' 시르사 아사나' 머리 서기를 도전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어쩌다 요가에 제대로 발을 들여다 놓았다.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금세 싫증을 내는 타입이라 스스로도 한 달은 제대로 할지 의문이 들긴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요가'를 업으로 많은 사람들과 요가 로운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첫 전통 요가의 묵직한 감동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처음에는 사바사나(송장 자세) 시간에 늘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렸다. 나는 늘 가만히 있는 시간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가를 하면 스스로 힘을 빼는 방법도 찾게 된다. 내 몸 그리고 내 정신은 나의 일부분이 아니라 '나' 그 자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 회사 퇴근하고 또 다른 출근 도장을 찍듯 그렇게 수련을 시작했다. 회식이 있는 날은 새벽 수련으로 아침을 열며 요가에 빠지게 되었다. 오롯이 내 몸 하나로 매트 위에서 고군분투할 시간을 가졌다. 근육의 방향도, 힘을 줄 때와 뺄 때도 잘 모르지만 그저 나만의 요가 시간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내 몸과 정신이 하나 될 때의 순간은 스스로 자각할 수 있었다.


 그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내 몸에 귀를 기울였다.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던 나에게 저녁 7시의 수련 시간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 '나'를 그저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유연한 사람들이 조용히 그저 호흡하고 수련하고 또 떠나갔다. 약 1년 동안의 수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지나쳤다. 마치 속초의 거친 파도처럼 누군가 사용했던 매트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매트 하나를 채워줬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여행자들의 도시이기도 한 속초에서 요가에 빠지게 되었다. 여행자이자 수련자이자 그리고 동네 주민 어디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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