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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Nov 07. 2021

감정이 없다고 믿어온 남자의 결말

소설 아몬드 리뷰


소설 <아몬드>의 이야기 구성을 보면 흥미롭다. 화자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화자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후 화자의 행보를 적어가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편견 없이 보여준다.


결국 작가는 세상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고를 바라보고 술회하는 화자인 ‘나’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의 눈을 통해 세상에 이미 자행되고 있는 폭력에 대해서 가감없이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성공했다. ‘나’에게 초점이 맞춰진 시선 때문에 그의 눈을 따라 사건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식과 진심, 강한 것과 젠체하는 것 그 경계를 짚어낸다.


윤교수는 아들 곤이를 어릴 적 잃어버리고 15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찾았다. 그런데도 윤교수는 아들의 존재를 아픈 아내 앞에서 숨기려 한다. 왜 그랬을까? 윤교수는 생각한 것보다도 더 제멋대로 자란 곤이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좀 있으면 세상과 작별할 아내에게 좋은 추억만을 안겨주고 싶은 것이었다. 윤교수가 철저히 자기 입장에서 해석해 내세운 대안이라는 점이 잘 드러난다.


그의 의도를 정확한 아들 곤이는 더욱더 삐뚤어진다. 죽어가는 나비의 고통에 미안하고 슬퍼서 한참을 울던 감정이 풍부한 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나비의 날개를 찢던 날, 곤이가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다가 실패한 그날, 어스름이 내리던 무렵. 바닥에 짓이겨진 나비의 잔해를 닦아내며 곤이는 몹시 울었다.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다 못 느꼈으면 좋겠어.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조금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기엔 넌 너무 감정이 풍부하거든. 넌 차라리 화가나 음악가가 되는 편이 더 어울릴걸.(243쪽)

 

화자가 말하듯, 곤이는 단지 철이 덜 든 열일곱의 남자아이일 뿐이었다. 약해 빠진 주제에 강한 척하는, 물러 터진 놈.(p.238) 그렇기에 세상이 지정해준 질서에 맞게 자신의 성정을 애써 무시하고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급기야 깡패인 철사를 롤모델 삼아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간다.


감정을 못 느끼는 ‘나’가 친구인 곤이를 위해 그의 내적 성장을 위해 스스로 위험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후반부에 드러나듯이 ‘나’는 다른 사람과 좀 다를 뿐 곤이의 연약함을 읽고 그의 깨달음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등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나 같은 바보조차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내린 결론이었다. 우린 서로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171쪽)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연약한 구석을 알아채고 연약해서 만들어지는 상황 속에서 진정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소설 '아몬드'는 이야기 구성이 독특합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화자라는 설정이
소설이라는 매체를 만나
인간 본성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사건으로 어떻게 인간본성을 그려낼 수 있는지

지금부터 유투브에서 소설 <아몬드> 리뷰 시작합니다.


 https://youtu.be/CACztzrxZ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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