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지역] 3강. 도시는 우리와 닮았다

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 이주와 정체성, 신혜란 지리학과 교수

by 리안
(사진) 두산인문극장 2025_강연_3강_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7).jpg ⓒ두산아트센터, 3강 연사인 신혜란 교수가 강연하는 사진

3강의 연사인 신혜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의 강연 제목은 "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 이주와 정체성"이다. 제목에 있는 키워드인 '이주', '정체성'에 대한 논의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기대를 품고 강연에 참석했다. 기대만큼이나 강연의 열기는 뜨거웠고, 많은 내용을 1시간 30분 만에 모두 전달해야 한다는 신혜란 교수의 사명감도 느껴졌다. 강연이 끝난 후 30분 동안 나온 관객들의 질문도 모두 흥미로웠다. 강연에서 다뤄진 4개의 주제뿐만 아니라 질문들도 각각 최소한 1시간은 토의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인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1. 지역이란 무엇인가?

지난 강연과 마찬가지로 '지역(Local)'에 대한 정의로 강의가 시작됐다. 신혜란 교수는 로컬을 관계와 소속감으로 정의했고, 학문적인 개념을 공간과 장소 지역 세 가지로 세분화하여 설명했다. 특히 공간철학적 개념에서 '공간(Space)'과 '장소(Place)'의 구분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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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개념인 반면에 장소는 인간의 경험과 정체성 그리고 기억을 통해서 구체화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두산아트센터가 진행되는 공간이 종로 5가에 위치해 있지만, 이 공간에 대해 각자가 가진 경험과 기억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은 보다 집단적으로 특정 공동체가 가진 의미가 더해질 때 형성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방'이라는 용어와 '지역(Loc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지방은 중앙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미 차별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지역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중립적이고 해당 지역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2. 이주와 이동통치

강연에서 진행된 논의 중 하나는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부가 '이동통치(governmobility)'를 한다는 점이다. 노동력 부족과 결혼시장에서의 성비 불균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민 정책을 만든다거나 혹은 여행이나 새로운 장소로의 탐색이 쿨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이동이 격려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필요에 따라 이동을 독려하거나 코로나 시기처럼 제한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통치의 한 가지 방법이라는 점이 새롭게 느껴지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이주민'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것이 실은 내가 열린 마음과 호기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학교에서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3. 공간을 장소로 만들기

(사진) 두산인문극장 2025_강연_3강_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9).jpg ⓒ두산아트센터, 3강 연사인 신혜란 교수가 강연하는 사진

강연에서 신혜란교수가 '동아리방', '자기만의 방' 그리고 '카페에서의 테이블'을 예시로 들었다. 동아리를 만들면 학생들이 꼭 가지고 싶어 하는 게 동아리방이고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이야기한 것도 실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며,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가는 것도 실은 음료만큼의 비용을 내고 테이블 하나만큼의 공간일 일정정도 나의 영역으로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간은 필요하고 특히 개인이 의미를 부여한 '공간'과 집단적인 의미를 지닌 '지역(Local)'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다.


4. 다양한 도시 정체성을 허하자!

강연에서 나온 수많은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꼽자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게 실체가 있는지? '자아실현'을 생각하다 보면 그것은 사실 유동적이고 느슨한 자아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다. "나만이 가진 단 한 가지의 무엇"을 분명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 자아실현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입맛과 취향이 바뀐 것처럼 자아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신혜란 교수는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리 도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해!"라고 하며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하고 느슨한 방식으로 도시브랜딩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도시는 우리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간에 의미를 더해 '장소'로 또 집단적 의미를 부여해 '로컬'이 생기는 것처럼. 내가 '삶'을 대할 때 얼마나 다양한 사람과 장소에 가는지 또 포용적인 태도를 지녔는지가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당장 만들고 계획할 수는 없으니 지금은 우선 내 삶을 대할 때 무미건조하고 단 한 가지의 목표만을 고집하거나 특정한 자아상을 가지기보다 풍부한 경험을 해보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과 욕망을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와 닮은 의미를 지닌 장소를 만들게 되거나 그런 지역을 기획하게 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5. 강연 내용을 다시 보는 방법과 추천 대상

(사진) 두산인문극장 2025_강연_3강_지역과 우리, 나의 영토성 (1).jpg ⓒ두산아트센터, 3강 연사인 신혜란 교수가 강연하는 사진

로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주제이기 때문에 강의의 모든 내용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정체성정치 #이주민 #다양성 이슈에 관심이 있거나 로컬과 관련된 사업이나 연구자라면 참고할 만한 사례도 강연 중에 등장한다. 심지어는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예술가와 공무원 사이에 생긴 갈등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학문적인 내용 이외에도 경험이 많은 연사의 이야기를 참고해 실무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신혜란 교수의 강연에는 귀여운 그림 이미지 자료가 다수 등장했다. '공간'에 대한 내용인 만큼 그림 자료들이 강연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됐다. 강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서 흐름을 놓친 부분이 있는데,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면 꼭 자료를 참고하며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관계자에 따르면 강연내용은 두산아트센터 팟빵이나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팟빵은 2주 내로 업로드되는 반면에 유튜브는 강연이 끝난 후 업로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하다.


두산아트센터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DoosanArtCenter/featured

두산아트센터 팟빵 : https://podbbang.page.link/3KL9oLkiWuCTK99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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