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지역] 5강. 음식과 이야기

로컬푸드와 장소 정체성,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

by 리안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는 요리사이자 작가, 기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강연을 진행하는 내내 강연장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전국을 돌아다닌 경험과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한 경력도 있어서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1. '음식'이 가진 드라마와 성장 서사?

ⓒ두산아트센터, 5강 연사인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가 웃고 있는 사진

강연의 시작에서 연서는 "먹어봤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모르는 음식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먹고 다닌 이야기를 풀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음식이 성장하고 하나의 거대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데 그 이야기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음식'을 먹을 때 이 음식이 거대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나 음식의 성장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 없는 나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하나의 콘셉트로 느껴졌다.


[첨부] KBS 누들로드 동영상 링크

돌아보면 인문학 강의를 듣던 중 교수님의 소개로 <KBS-누들로드>를 보게 된 일이 생각났다. 정말 심오한 인문학 강의였는데 '누들' 그 속에 인문학이 전부 다 들어있고, 인류(동, 서양)의 역사가 다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원래도 좋아하던 면이지만 <누들로드>를 시작으로 면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박찬일 칼럼니스트의 강연을 다 듣고 나면 '음식'이나 '우리 고장의 음식'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세계를 만나게 될 것 같아 강연 시작부터 큰 기대가 됐다.


2. '맛의 방주'

ⓒ슬로푸드코리아 홈페이지, 맛의 방주 책자 표지 https://www.slowfood.or.kr/blank-4

강의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맛의 방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슬로푸드운동'과 연관된 개념 중 하나인데 소멸 위기에 처한 식재료를 보존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에는 '제주푸른콩장'을 비롯해 100여 개의 식재료가 등재되어 있다. 연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맛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지역음식문화유산'을 요즘 사람들은 좋아하고, 그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지역의 음식이 사라지면 지역이 무너지고 그러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3. 음식과 가게, 기억의 장소성

ⓒ초이초이 SNS 개정, "전남 장흥에서 중국집에 왔더니 잘 익힌 김치가 다섯 종류가 나옴ㅋㅋㅌㅌ짜장면 볶음밥을 시켰을 뿐"이라는 글과 김치 5종류와 볶음밥, 짜장면이 있는 사진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밈 하나를 소개하며, '지역의 음식'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전남 장흥에 있는 중식당에서는 김치도 무려 다섯 종류를 준다는 이야기. 박찬일 칼럼니스트는 실제로 이 사진을 보고 정말 이렇게 주는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식당 사장님께 그 이유를 물어봤는데, 그것은 우리의 상상 "전라도는 맛의 고장이야! 그래서 김치도 허투루 나오지 않는구나!"와는 매우 다른 이유였다고 말했다.


우리의 상상은 빗나간다. 현장에서 접촉하기 전에 상상이 틀리다.


식당 사장님은 "옆집에서도 하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사는 오랜 기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많이 했다고 하며 그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상상은 자주 빗나가고, 현장에서 접촉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또 다른 사실은 '지역의 맛', '그 고장에만 있는 맛'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KTX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고흥과 같이 아직 KTX가 안 가는 지역은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KTX가 가는 곳은 점점 맛이 통일되고 지역 고유의 맛은 망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고장의 맛이 무너지는 과정을 목도하는 증인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맛의 방주'에 소개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려 하지 않고, 아는 맛만을 찾아다니는 나를 돌아보게 됐다.


4. 음식과 가게, 기억의 장소성

ⓒ두산아트센터, 5강 연사인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가 강연하는 사진

연사는 '냉면'과 '부대찌개' 그리고 '국밥'을 통해 음식이 가진 풍부한 서사를 풀어냈다. 냉면이 경부선을 중심으로 발달했는데 그것은 실향민들이 이주하고 정주하게 된 지역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향민들이 '냉면'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고도 이야기했다. 그중에 '부원면옥'의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강연 영상이나 음성을 꼭 확인해야 한다. 연사가 소개하는 이야기들의 흐름과 말 맛이 있는데 글로 생생히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5. 전쟁과 이주의 역사는 음식사를 만든다.

강연의 말미에서 연사는 "전쟁과 이주의 역사가 음식사를 만든다."라고 하며, 이주민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중 하나가 요리이고 그러다 보니 이주의 역사를 통해 음식사가 설명됨을 말했다. '음식'은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그 모든 이야기의 총체와도 같음을 강연을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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