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사를 사랑하게 되었다

by 와이




"자기소개 해보세요"

"집안을 소개해주세요"

"장점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 어 네,.. 저는 그래도 키는 좀 크고요... 공부를 나름 열심히 하고 운이 좋아 ㅇㅇ 대학을 들어갔어요, 성실하고 착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집안은...... 어 장점과 잘하는 것은.... "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소개나 철학자의 소개, 혹은 어떤 제도의 장단점과 역사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줄줄이 말할 수 있을 텐데. 자기소개나 장점을 이야기하라면 어렵고 때론 위축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어려서부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얼굴이나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나의 시선은 늘 외부로 향했고 잘생긴 사람이 부러웠고, 심지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질투까지 했다.


그리고 집안은... 어린 내 눈에는...부유하지 않았고 부모님의 직업도 자랑할만하지 않아서 집안의 분위기도 화목해 보이지도 않았기에 무언가 '우리 집은 이래요'" 라고 얘기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조금 하고 부반장을 한번 하니, 무서운 일진들이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내가 조금이나마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고 무시당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구나 어렴풋하게 느끼면서 학업 공부에 매진하였다.


ㅇㅇ 대학을 합격하고 그래도 평균 이상의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안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내 눈에는 더 좋은 것만 더 높고 휘황찬란한 것만 보였다. 더 페이 높은 직장. 더 훌륭한 사람들, 특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오로지 내 성실한 노력으로 이룬 것 같은데 저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나의 일기장은 주로 반성과 실수의 기록과 앞으로의 계획으로 점철되어갔다. 그렇게 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써 내려간 일기들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고 나의 삶에 잿빛 채색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의 삶의 어두운 부분만 지운 것이 아니고 때때로 빛나던 부분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나의 삶의 속살들이 사라지고 나의 인생은 나이와 학력 직장과 재산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 계획들 건조하고 딱딱한 껍데기만 남는 것 같았다.


역사가의 서술에도 항상 공과 과가 있을 테이고 용비어천가는 찬양 일색인데, 삶의 주인공도 너고 행동하는 주체도 너고 기록하고 해석하는 사가도 너일진대 왜 그렇게 정치적 반대파, 야당 마냥 너 스스로를 그렇게 깎아내리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모르겠다.




몇 번의 연애를 하며 그래도 나의 외모와 몸을 싫어하지 않는 것을 경험하며 나는 나를 조금 더 쳐다볼 수 있었고 나의 부족한면보다 그동안 내 가 살아왔던 실제 삶의 궤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삶의 치열했던 시기를 조금 지나와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내가 이루었던 것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아직 부족해 미약해라고 바라보았었는데, 뿌듯하게 바라보니 나의 현재와 미래가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이불킥할만한 나의 흑역사.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순간들도 지우거나 외면하려 하지 않고 다시 촘촘히 기록해 보았다. 그 순간의 나와 현재의 내가 대화하며 내가 더 또렷하게 보였고 마음은 담담해졌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내가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따뜻하게 밟으며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내고 싶다.




나의 역사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 삶을 끌어안고 내 하루하루를 더 담담하게 단단하게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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