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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kim Mar 12. 2020

열 번째 산맥

11. 누군가는 흥미로워할 수도 있잖아


Dolphin


우리가 돌핀을 만난 것은 셋째 날 아침이었다. 돌핀은 보라카이 섬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필리핀 친구다. 남들은 누구보다 싸고 저렴하게 다수의 호객인들을 만나보며 딜을 한다 하는데 우리는 그냥, 그날 밖으로 나가 제일 먼저 말을 걸어주는 친구와 남은 이틀을 함께하자고 입을 맞췄다. 돌핀이 바로 그 친구였다. 그가 제시한 금액에서 반을 깎아 다시 던지니 돌핀은 조금 더 얹어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곧바로 오케이 했다.


그와 함께 할 첫 번째 액티비티는 스킨스쿠버였다. 어렸을 적 수영을 배워 자유형은 물론이거니와 배영 평영까지 자신 있었던 나는(접영은 못함) 스쿠버용 옷으로 갈아입고서는 아주 호방하게 웃어댔다. 수영 연습까지도 괜찮았다. 코를 완벽히 막지 않은 채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고역이었지만. 이런 나에 비해 비염이 있는 조디는 그 쪽 계통에 있어서 거의 수준급 실력을 자랑했다. 비염환자의 재능이 이럴 때 발휘되는구나.


우리는 여러 명의 사람(커플)들과 작은 배를 타고 조금 거리가 있는, 먼바다로 나갔다. 뱃멀미가 아주 심한 조디는 거의 죽기 직전으로 보였다. 아스라이 보이는 보라카이 섬을 뒤로하고 나와 제나가 앞에서 두번째로 바다에 입수했다.




수영 고글을 낀 나는 얼굴을 담가 바다 아래를 바라보았다. 바닷속은 한 치 앞이 안 보일 만큼 새카만 색이었다. 깊이는커녕, 그 아래의 공간 자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밧줄을 잡고 밑으로 내려가던 중 1미터도 가지 못해 바닷물이 심장을 조여댔고 숨 쉬는 게 벅찼다. 놀란 마음에 팔다리를 휘저으며 "나갈래! 나갈래!"하고 외쳤다. 제나는 급히 강사를 불러 나를 배 위로 올렸다. 바닷속을 생각하는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누가 알았겠는가. 나에게 심해 공포증이 있을 줄이야!





불행 중 다행



아무튼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선박의 볼기짝을 때리는 파도를 응시했다. 이삼십 분쯤 흘렀을까 제나와 조디가 물밖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와 함께 머무르던 여자의 남자친구도 뒤따라 나왔다. 흥분한 그들 셋(여자와 나는 우울했다) 은 아주 사이좋게 하하 호호 친분을 다졌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굿럭! 을 외치고선 헤어졌다.


우리는 돌핀에게 내일 또 와달라 하며 흥정할 때 깎은 금액을 팁으로 얹었다. 꽤나 큰 액수였고 돌핀은 몹시 기뻐했다. 설마 내일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돌핀. 그를 믿었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맥도널드에 들렀다. 맥도널드에서 산 파스타와 햄버거는 굉장했다. 설탕을 들이부은 맛이었다. 대체 왜 파스타를 달콤하게 만든 것인지 의문이었으나 물놀이에 지친 우리들(나는 제외하겠다)은 각자 한 그릇씩 싹싹 비웠다. 보라카이 3일째, 맛있는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와서 먹은 것 중에 제일 평이 좋았던 건 망고 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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