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저니맨 Apr 08. 2017

#05. 적응 왕의 미국 땅 적응기

낯선 환경 흡수하기



적응이란



어려우면서도 쉽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미국에서의 라이프가 어느새 세 달이 훌쩍 넘게 지났다. 사실 이 글은 이곳에 오고 한 달쯤 후에 적었지만 잠시 서랍에 넣어둔다는 것이 어느새 세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만큼 바빴던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이직과 더불어 이사를 1년에 한 번 정도 연례행사로 해왔기에 생소한 환경에 대한 적응은 이제  다져질 대로 다져졌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의 짧은 해외 생활도 경험해 보았고 미국은 이전에 여러 번 여행을 왔기에 적응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정한 삶은 편안함보다는 많은 난관을 선물해 준다. 그러한 난관들을 얼마나 무난하게 잘 극복하느냐에 적응의 성패가 달렸다.


적응(適應)
[명사]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됨.




적응이 우선

미국은 무려 50여 개의 주가 있다. 대한민국 영토보다 작은 주가 거의 없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선택권은 엄청나게 다양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지만 가장 우선시했던 것은 '적응'이었다. 미국에 얼마나 살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최근 중국에서의 경험들을 떠올려보니 처음에 무난하게 안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어느 곳이 과연 가장 적응하기에 좋은 환경일까를 고민했고 친척들이 있는 Austin과 LA로 좁힌 후 현재로서는 Austin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곳은 이모와 또래의 사촌들이 3명이나 살고 있기에 의지할 수 있었고 더불어 라이브 음악의 도시이며 IT도 많이 발달되어 있는 스타트업의 도시기도 하기에 뮤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도시였다.




의식주 [衣食住]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가 해결이 되어야 한다. 한 달이 조금 지난 현재로서 다행히 순조롭게 적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옷이야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가지고 온 것들 외에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아웃렛들이 많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쇼핑을 할 수 있다. 먹는 것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에 매 끼니마다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을 섭취해야 할까 고민해야 했고 결국 MSG가 가득한 배달음식이나 라면, 즉섭밥으로 생명을 간간히 연장해오던 내가 음식 솜씨가 매우 뛰어나신 이모 덕분에 하루 세끼 사 먹는 것보다 훌륭한 음식들을 감사히 섭취하며 적응에 큰 도움을 받았다. 더불어 한국에서 하루 거르기도 쉽지 않았던 알코올 섭취는 거의 개과천선 수준이다. 또한 최근에 아파트를 얻어 나오기는 했지만 이모 댁에 방이 남는 덕에 3개월간 인큐베이팅을 하며 큰 무리 없이 의식주가 해결되었다.





+a



과거에는 의식주만 해결되어도 기본 저 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나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수 항목들은 늘어나게 되었다. 우선 미국 USIM, 카드, 계좌 개설, 자동차 등의 준비가 급했다.




USIM 구매하기

아이폰은 들고 왔으니 미국 USIM을 사서 끼워 넣기만 하면 되었다. 통신사 매장을 방문해도 되겠지만 나는 마트를 가는 김에 USIM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트 한편에 통신사 별로 요금과 상품내용이 적힌 USIM이 진열되어 있다. 상당히 많아서 어떤 것이 좋은지 잘 몰라 사촌에게 도움을 청한 후 현지에서 잘 터지고 나에게 잘 맞는 AT&T의 USIM을 구매할 수 있었다. 처음 한 달을 사용한 후에는 문자메시지의 안내에 따라 홈페이지에서 매달 결제를 해도 되고 본인의 카드나 계좌가 있다면 홈페이지에서 자동이체를 등록할 수 있다.




카드 및 계좌 개설

영어가 매우 부족한 나의 상황에서 큰 난관이었다. 다행히 사촌동생의 도움을 받아 함께 가게 되었다. Chase Bank를 찾아갔는데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들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내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증명(내 이름으로 된 우편 고지서 등)등을 하기 위해 자료가 충분치 못해 급한 대로 한국인에게 조금 더 우호적일 것 같은 HANMI Bank를 찾아가서 여러 가지 자료제출과 많은 정보들을 기입한 후 겨우 계좌 개설 및 카드 발급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계좌 개설하는데 10분이나 걸렸을까 싶지만 이곳에서는 무려 2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일단 급해서 HANMI Bank에서 개설했지만 지점이 매우 적기에 Chase 혹은 Bank of America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동차 구매

미국의 대부분의 곳에서는 자동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처음에는 렌터카를 생각하고 왔지만 막상 알아보니 생각보다 렌트비가 많이 비쌌고 결국 중고차를 한대 장만하기로 했다. 중고차는 정말 더더욱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만큼 사촌들의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 유명한 중고차 브랜드인 CARMAX는 중고차가 잘 관리되어 있고 믿을 수 있기에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 사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역에서 직거래를 하는 사이트인 craigslist에서 찾아보니 훨씬 저렴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직거래 시 사고 히스토리라던지 사량 상태에 대해 불안할 수 있지만 ------ 사이트를 통해 해당 차량의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고 (유료 40불) Kelley Blue Book을 통해 해당 차량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은 필수이다.




집 구하기

3개월간 적응기를 마치며 내 활동반경에 적당한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은 조금 부담이 되겠지만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터라 아무래도 혼자 있는 편이 여러모로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집을 알아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직방 같은 Zillow라는 app이 있고 역시 craigslist에도 하우징 관련 정보가 많아 렌트 혹은 서브리스 현황 등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 공인중개사 분을 통해 직접 집을 보는 것도 매우 빠른 방법일 수 있다. 한국에서 잦은 이사로 집 보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가성비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고 아무래도 급하게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서브리스 혹은 계약 승계를 할 수 있는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이사가 필요할 때 위약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시세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단점은 1년 계약에서 남은 기간이 얼마가 될지 랜덤이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고 싶은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단기간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UT의 한인 학생회 사이트를 매일 체크하며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분들과 서로 상황이 맞아 살기 좋은 지역에 괜찮은 집을 얻을 수 있었다. 다행히 좋은 한국 가족분들을 만나 내가 미국에 온 경유를 들으시고는 응원하시는 마음이라며 감사하게도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 승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미국 생활에 대한 여러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해 주셨다.  


참고로 오스틴이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UT라는 좋은 학교와 안전한 치안,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와 물가가 적지 않은 이유였는데 최근 몇 년간 오스틴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렌트비도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올라 지금은 결코 저렴하지도 않고 부담될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가성비가 마음에 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 어느 지역이 살기에 적합하며 적당한 가격대인지 충분히 알아보고 난 후에 좋은 기회를 통해 계약 승계로 아파트를 얻어 나오게 되었기에 향후 6개월은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살림 장만하기

혼자 나와 살게 되면서 필요한 살림살이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종목별로 다양한 스토어들이 존재하는 이곳에서는 필요한 것을 장만하기 위해 IKEA, Home Depot, Academy Sports + Outdoors, Best Buy, Office,  Depot, COSTCO, Walmart, TARGET, H.E.B 등등 가야 할 곳들이 명확히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발품을 조금만 팔면 큰 부담 없이 원하는 것들을 장만할 수 있다. 미국의 스토어들에 대해서 정리를 하다가 양이 적지 않아 차후에 별도로 정리를 해서 업로드를 해볼까 한다. 참고로 필요한 것들을 직접 고르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을 경우 Amazon.com을 이용하였는데 한국의 시스템과 달라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통한 무빙 특집 세일 중고거래를 할 경우 매우 저렴하게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




ETC

운전면허는 한국에서 발급받아간 국제면허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시험을 보지 않았다. 1년 이상 한국에 들어갈 일이 없다면 각 주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험을 봐야 하는 주도 있지만 텍사스는 이제 한국 면허의 공증만 이곳에서 받으면 텍사스 운전면허와 교환해 주기도 한다고 한다. 인터넷, 전기세, 가스비도 모두 직접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외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집보험(렌트 입주 시 필수)을 들어야 하는데 건강보험은 한국에서 미리 들고 왔고 자동차 보험과 집보험은 복잡할 뻔했지만 사촌들의 거래 쳐 덕에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LIFE



낯선 여유의 활용법

여하튼 이곳의 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여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한국에서 처럼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하지만 로또에 당첨 된다던지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금세 낭비를 해버리듯이 '여유'가 지나치면 심심함이 생기고 더불어 고독함이 밀려오며 슬럼프에 빠져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나는 이 '여유'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악용하며 도리어 화를 입게 되는 스타일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한 브런치의 글조차 세 달 만에 올리다니 (물론 작가의 서랍에  끄적여 놓은 글들은 수십 개에 달한다.) 무난히 적응을 마쳤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아직 적응 중인 것이 분명하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듯이 이 낯선 '여유'를 잘 활용하며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

따뜻한 날씨 덕인지 사람들의 일상에 여유에서 나오는 양보와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먼저 지나가는 사람이 문을 열면 뒤에 오는 사람 앞에서 거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없으며(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언제나 미소와 덕담을 건네주고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함을 한없이 베푼다.  


교통문화를 본다면 역시 이곳도 다운타운으로 통하는 길들은 출, 퇴근 시간에 트래픽이 있지만 무리하게 끼어든다던지 Klaxon을 울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Klaxon 소리로 최근 내가 살았던 세 나라를 비교해보니 많은 차이가 있더라. 베이징에서는 언제, 어디를 가던 움직이는 물체가 있는 곳에서는 끊임없이 소음 이상의 Klaxon 소리들이 심각하게 들렸고 서울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다시피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Klaxon 소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듣기 힘들고 나 역시도 그렇게 물들어 가고 있다. 중국에 가서 처음 Klaxon 소리에 기겁을 하고서 어느새 전기스쿠터를 타며 사정없이 Klaxon을 눌렀던 내가 이곳에서는 거의 그런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사람은 역시 환경의 동물이 분명한 것 같다.


환경 하니까 이곳에 와서 떠오르는 것이 '맹모삼천지교'였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그 환경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는데 오스틴의 다운타운 한가운데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며 이 지역경제의 절대적인 UT(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존재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굉장한 대도시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이곳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을 만나서 얘기를 할 때마다 공부와 8촌 정도 되는 내가 갑자기 엄청난 학구열에 불타 오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목표였던 영어는 아직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이미 몇 단계 뛰어넘어 마음은 어떤 과정을 공부할지 고민하며 김치국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학비 마련이나 생활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마음이 또 충동적으로 멋대로 이미 정해버린 것이다. 그것을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앞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겠지만 아마 그렇게 될 확률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어학

아침부터 점심까지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웬만한 일은 마감기한까지 미루다 미친 듯이 집중해서 마무리하고 당장 필요한 일이 아니면 관심이 멀어지는 이상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학창 시절 내가 왜 영어를 쓸 일이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20년 전의 나에게 물어보고 싶다. 미리 공부를 조금 하고 왔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이 초보라면 문법을 어느 정도 알아야 정상적인 대화도 가능한데 한국말로 배워도 어려운 문법을 영어로 배우려니 배로 어려운 것 같다. 문법보다 적극적인 회화로 부딪히다 보면 나중에 문법도 따라온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국 그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순으로 점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어찌 됐던 어학연수는 기초부터 배우기보다 기초를 배우고 써먹으러 오는 것이 현명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이왕 시작한 거 분명히 늘고 있음은 느끼지만 그 속도에서 오는 괴리감은 강제로 숨기기 쉽지 않다.




속마음

사실 타지에서의 고독함에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또 다른 타지로 빠르게 이동해볼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부딪혀 보기로 결정하였다. 지난 삼 개월 동안 설렘과 신기함 그리고 익숙해지면서 짧은 슬럼프도 겪었지만 이것 또한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또 다른 곳에서의 새로운 적응을 견딜만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조금씩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고 이 도시와 문화를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 아직 모르는 많은 것들을 두고 떠나기에는 역시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적어도 브런치에 한번 영어로 글을 올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내용은 매우 짧겠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말하는 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