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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Nov 01. 2016

이상(理想)과 불만 사이

개와 돼지들은 울부짖을 때를 알고 있다.




이건 너무 비효율 적이야
이건 너무 불합리해



투덜거림

일상생활에서나 학교 혹은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비효율적인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성향은 대략 두 가지 분류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비효율 적이고 불합리하다고 투덜거림에 그치는 경우가 있고 두 번째는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잦은 투덜거림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후자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같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정해진 것을 바꾸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원래' 그렇다던지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그것들이 정말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해도 말이다. 



평범하게 살아라

그렇기 때문에 익숙한 것들 혹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반감이 있는 행동이나 말투는 나서기 좋아하는 관종이나 모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대부분의 (특히 한국) 사람들은 '책임'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단체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인한 행동보다는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고 굳게 믿어왔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때로는 행복의 척도가 될 만큼 평범함을 강요당하고 있다.

우여곡절 없이 무난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의미에는 공감하지만 매사에 평범한 것이 결코 잘 사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변화는 불만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래 전과 현재 사이의 GAP

관행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문제의식으로 멀어지는 것에 매우 정당한 명분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관행 (慣行) 
[명사]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함. 또는 관례에 따라서 함.

오래전부터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 '오래전'이라는 부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 혹은 가치관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더욱 정확히 말한다면 관행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관행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즉, 관행을 참고하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관행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세대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보존해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

관행은 우리가 오랫동안 잘 보존해서 후세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도 아니며 국보나 보물처럼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해야 할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방식, 즉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종의 룰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살아온 어느 세대보다 스마트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사회에 대한 의식은 과거보다 퇴보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불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안룰렛

특히나 학교, 군대, 직장 등 단체생활, 조직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것들이 문제가 될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관행'이라는 단어가 가장 위험하게 사용되는 곳들이며 그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이 파생되고 또 묵살되고 있는 곳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관행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관행으로 인한 사고가 크게 터져야 하고 그전에 누군가 관행을 바꾸기 위해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마치 러시안룰렛처럼 누가 그 피해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당신의 가족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거나 한강 다리를 건너거나 화재가 날 지하철에 타고 있거나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배에 타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 당신 또한 비상식적인 상황에서는 소신 있게 대처하길 바란다. 


과거 1박 2일에서 구호처럼 외치던 말 중에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만 아니면 돼'




우리는 선진국에서 살고 있나?



1등을 좋아하는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선진국은 GDP 따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나와있는 국민들의 표정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GDP는 세계 11위(1인당기준 29위)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자살률, 저출산, 평균 노동시간, 학업시간, 공교육비민간부담, 노인빈곤율 , 교통사고 사망률, 이혼증가율, 낙태율, 대장암 사망률, 심근경색 사망률, 실업률 증가폭, 중년 여성 사망률, 양주 소비율, 국가부채 증가속도 등등등 다 적기도 힘들 정도로 수십 개의 항목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 어린이 및 청소년 행복지수, 환경평가,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 등 뒤에서 1위인 것들도 있다. 부패율도 상위권이며 아마도 비선 실세 및 이들에 대한 검찰의 배려 등도 비공식 1등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얘기들은 오래전부터 뉴스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무뎌졌을 정도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오랫동안 불명예를 쌓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변화했고 얼마나 노력했나?




우리는 우리에서 살고 있다.

우리
[명사]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곳

잘못된 관행들이 문제가 되어 간혹 공론화될지라도 눈 가리고 아웅 하면 끝나는 것이 능사인 세상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말하듯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다.' 그리고 그 대중들은 바로 비기득권인 사람들 모두 다.

우리가 개, 돼지인 이유는 기득권 자들이 만들어 놓은 큰 우리 안에서 탈출해야 할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당장 자기 밥그릇에 목메며 살아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비단 정치 이야기만이 아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현재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보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고 분노하는 자들과 허망해하는 자들, 무관심한 자들이 있고 심지어 부정하는 자들과 격하게 부정하는 자들까지 있다.

놀랍지 않은가?


나는 놀랍다. 매우 놀랍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오랫동안 살아왔던 나라가. 이런 줄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닌데 어찌 보면 새삼스럽다.

물론 최근에 일어난 일들로 인해 다시 격하게 분노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 여부와 무관하게 시간이 흐르면 금세 식을 것이다. 또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바쁜 생활 속으로 끌려갈 것이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나는 이러한 것들이 비단 정치가들만의 문제인가에 대해 고민스럽다.




비상식은 온 사회에 널려 있다.

초등학교 때 학급 임원이 된 후 부모님이 선생님을 찾아가 봉투 같은 것들을 건네주지 않으면 차별받는 교실에 매일 들어가야 했다. 중학교 때는 거의 매시간 쪽지시험이 틀린 개수만큼 맞아야 했는데 때로는 선생님들이 손목의 시계까지 풀고 아이스하키채로 때려댈 정도였다. 허벅지가 부르터 바지가 붙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맞아야 했는데 왜 틀렸는지 알려줘야 할 수업시간에 몇십 명씩 때리다 시간이 다 가버린 적도 적지 않다. 심지어 도덕 선생님이 학생들의 팬티까지 벗기고 "볼기 10대 맞을래 부랄 1대 맞을래?"라고 선택권을 주는 그런 세상에서 학교를 다녔고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별다른 반항을 할 수 없었다. 나는 8학군이라 불리는 곳에서 자랐다.




문제의 시작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처럼 전국의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친구들과의 무한경쟁만이 있는 그래서 등급이 나뉘는 그런 세상에서 교육을 받은 것이다. 

교육 (敎育)
[명사]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은 사교육비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을 전혀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전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공부의 신이라 불리며 마리텔에 나와 많이 알려진 강성태라는 사람이 한 얘기가 오늘 이슈가 되었다.


나라는 일종의 시스템인데 이렇게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근데 그게 완전히 망가졌다"라며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해서 (권력의) 개가 된 거예요

관련기사 보기 


일부 대학의 교수들과 병원의 의사들은 어떠한가? 

기업의 임원들은 어떠한가? 군대의 간부들은 어떠한가?


누구보다 공부를 잘했을 사람들이 지만 매우 비상식적인 행동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자신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른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학교라는 곳, 더 나아가 가정이라는 곳도 포함하여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공부를 잘해서 남의 위에 올라가 군림하는 법이나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남을 밟고 일어서는 법이 아니라 손을 내미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결국 이런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어린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어른이 된 결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만들었고 그 수많은 작은 의식들이 하나로 모여 이 나라의 의식을 만들었다.




이상(理想)하자



이상(異常) V/S 이상(理想)

결론으로 들어가 우리는 평범하지 않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러한 사람들 눈에는 반대로 느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 정상이고 소수는 비정상인 것일까.

이상하다 (異常--) 
[형용사]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이상(理想) 
[명사]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어쩌면 나라의 곳곳에 이상(異常)한 점들 투성이고 잘못된  관행들이 만연한 현실 속에 기득권자들에게 이상(理想) 적인 것을 바라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정치적인 이슈와 별개로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먼저 이상(理想)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정(自淨)
[명사] 오염된 물이나 땅 따위가 물리학적ㆍ화학적ㆍ생물학적 작용으로 저절로 깨끗해짐. 

우리 사회가 위, 아래가 있는 계급사회라고 생각한다면 흐르는 강이나 계곡과 같아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도 맑기 힘들것이라고 생각될 것이고 모두가 평등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화해 대한민국이라는 바다는 지금보다 더 맑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의 이러한 분노가 금세  끓고 식기보다는 내 주변부터 상식적으로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란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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