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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니맨 Sep 21. 2017

이직 왕이 밝히는 이직의 이유

역마살 때문만은 아니다.



이직 왕이 되다



Journey man

최근 이직 서류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이것조차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 다다랐다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되었다. 문제는 서류를 요청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업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이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대표적인 저니맨(Journey man)인 최익성 선수의 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 것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100% 자의였다는 것. 




10번의 취업과 2번의 사업 그리고 프리랜서와 뮤지션

18세 때 홍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시작해서 어린 시절 처음 사회를 경험하고 그간 10개 이상의 직장과 2번의 사업 그리고 프리랜서와 뮤지션으로서의 직업까지 하면 도합 15가지의 직업을 경험한 것 같다. 이력서에서 인정해 주는 연차는 이제 갓 10년이 넘었지만 그 이상의 직업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투잡 이상의 일들을 기본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서류들을 정리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곳에 적을 두었을까. 끈기나 참을성이 없어서? 혹은 너무나도 이상주의자라서? 어쩌면 모두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가치관을 추월하는 시간의 속도




현실주의자 V/S 이상주의자

확실히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끈기도 부족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상에 취해 비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회사와 직원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어야 하며 직원은 회사에서 책임을 다 하되 회사의 미래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도 언제나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 아버지들 세대와 달리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이며 회사 역시 직원들을 평생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를 때 한참 일해야 할 나이에 일방적으로 회사에서 버려지고 갈 곳이 없는 가장들의 소식을 뉴스로 접하며 일방적으로 회사에 희생했던 그 직원들의 억울함이 느껴졌고 왜 다른 곳에 갈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새대 교체와 가치관의 정체

우리는 새로운 세대들이 생겨날수록 환경에 따른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되고 그 가치관이 올드해지는 순간 사회로부터 도태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이혼을 했던 여자들이 이유도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죄인처럼 보이는듯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듯이 회사를 옮기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고 이직을 많이 하면 마치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는 시선이 있었고 어쩌면 조금은 작아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시선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가치관도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하지만 모두가 그러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런 저런 것들을 신경 쓰면 내 인생이 아닌 남에게 보이는 인생을 살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훗날 생각했을 때 가장 비극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100세 인생

앞으로 100세 인생이 될 것이고 우리는 어른들 세대처럼 열심히 안 쓰고 모아서 평생 몸하나 눕힐 수 있는 집 한 채 사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일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며 인구가 급격히 줄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복병이 나타나 이제는 물리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컴퓨터 들과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력까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고단한 삶인가. 하지만 그것이 예고된 미래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본론



인생의 주연과 조연

그래서 생각했다. 나 스스로가 불안하지 않을 만큼의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것이 남들과 가장 다른 내 가치관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 역시 연봉과 현재 안정된 업무 위치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위에 과연 이 회사의 이 업무가 나에게 어떤 발전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를 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인생의 주무대인 자신의 직업에서 주연으로 살아 것 것인가 조연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대작의 엑스트라로 살아갈 수도 있고 독립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무대가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핑계와 명분

내가 이직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적지 않다. 일을 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조직, 일보다 정치를 먼저 배워야 하는 조직, 반복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한 기계적인 업무, 텃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조직, 월급을 밀리는 것을 미안해하지 않는 조직,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조직, 일을 튀게 잘하는 것보다 무난히 평범하게 시키는 것만 원하는 조직,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나 만큼 할 수 있는 업무. 대한민국 어디서 든 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조직이다. 물론 이런 것들을 완벽히 충족시켜줄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짧게 경험해본 바로는 어쩌면 한국뿐이 아닌 해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저런 것들은 이유가 아니고 핑계 혹은 이직을 하기 위한 스스로의 명분이었던 것이다. 




깊이와 넓이 그리고 미래

결국 나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나를 발전시켜 줄 수 있는 것을 갈망했고 실제로 나는 많은 이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나가며 넓어지고 있는 내 업무 범위를 실로 체감할 수 있었다. 넓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한 업무만 깊게 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이는 얕을지 모르나 나는 깊이보다는 넓이를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 내가 경험했던 일들은 넓은 범위로 모두 뮤직 비즈니스 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 안에 세분화된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직접 피부로 느끼며 배워 나갔다. 간접경험과 직접 경험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이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고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한 가지 업무는 아닐지 모르나 업계 전체에 대한 이해도나 시야가 넓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경쟁력이 되었고 누가 뭐라던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간혹 업무적으로 답답했던 상사들을 경험하며 내가 경력이 쌓여가며 위로 올라갈수록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쉬우면 지는 거다

어찌 됐던 회사에서 일을 하기 전에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고 협상이라는 것은 아쉬운 쪽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공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개인에 대한 자신감은 이러한 아쉬움을 감싸 주며 스스로를 당당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것은 연봉을 많이 받거나 직급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선택을 할 때 유일한 무기로 탈바꿈한다. 때론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으로 번져 후회할 일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조절 역시 본인의 능력에 포함이 되는 것이다.





기준과 취향


직급과 연봉보다 중요한 것

실제로 나는 먼저 스카우트 제안을 해놓고 막상 기대에 못 미치는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심지어 몇 달 간만 계약해서 일해보고 그때 서로 판단해 보자는 엉뚱한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지만 나 역시 이 회사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새로 세팅되는 조직이라 그럴 필요가 있고 그 경험은 나에게 나쁠 게 없었기 때문인데 결국 나는 그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시간 근무하며 내 커리어에 가장 좋은 콘텐츠들을 경험했고 여전히 리스펙 하는 좋은 상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를 증명했고 그러면 직급과 연봉 역시 어느 정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당시 직급이나 연봉을 먼저 생각했다면 그 소중한 경험들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에 다시 복귀할 기회가 두어 번 있었지만 기존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담보로 그간 고생하며 쌓아온 조건들을 많이 양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자신이 일을 배워야 할 때와 배운 일을 회사에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에서의 기준을 동일하게 가져가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입장 차이

결국 회사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은 제작사의 입장과 가수들의 입장만큼이나 좁힐 수 없는 중간 영역이 존재한다. 교집합을 가지고 한 배를 탄 사이지만 언제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볼 수 있으며 그 순간 직원이 배에서 내렸을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억지로 계속 배에 남아 노를 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로 내린다면 회사라는 백그라운드가 없어져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 채 망망대해를 헤매게 될 것이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많은 배들이 그곳에서 당신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인재 V/S 시스템

나는 그간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계약직, 말단 직원, 대리, 과장, 팀장, 이사, 동업, 대표 등 해볼 수 있는 직급의 경험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이제는 다양한 위치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렸을 때 가장 큰 착각을 한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없으면 이 배가 침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이 배에 상당히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내가 이 배에서 내린다고 조각배가 아닌 이상 그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의적으로 그 배를 망가트리고 내리다 하더라도 그 배는 한동안 약간의 삐그덕 거림은 있을 수 있으나 곧바로 다시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유능한 인재가 시스템을 이기기는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기기 만큼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남들이 봤을 때 내가 유능한 지 안 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시스템이 갖추어진 회사에서 틀에 맞추어져 일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매우 선호한다. 매우 고되고 어려운 점이 많은 선택이지만 그만큼 굉장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가 떠돌이 신세인 이유도 새로운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는 환경의 회사를 만나지 못했거나 내가 여전히 풋내기라는 증거이다. 




개인의 취향

또한 큰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비교적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유는 큰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업무가 보다 전문적으로 쪼개져 있고 맡을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극히 적을 수 있다. 보고 체계 역시 다양한 사공들을 거쳐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기동성이 떨어지며 그러한 것은 일의 능률을 떨어트릴 때가 많다. 하지만 작은 조직 그리고 비교적 새로 세팅되는 조직을 경험하며 보다 넓은 범위의 업무영역과 내 능력 이상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큰 회사에서 좋은 콘텐츠를 경험하며 업무를 진행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 안에는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경험적 비율도 중요하다. 단지 결과적으로 작은 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여담


사직서와 이력서

정말 여담이지만 많은 이직을 한만큼  많은 사직서와 이력서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만큼 익숙해지는 것인데 재밌는 것은 어떤 공통적인 루틴이 있다는 것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3번 정도는 참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며 어떠한 이유로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가 처음으로 찾아오면 사직서 양식을 열게 된다. 그리고는 일단 진정한 후 파일을 저장하는 선에서 그친다. 이후에 언젠가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오면 그 파일을 출력하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진정한 후 곱게 접어 서랍에 모셔둔다. 세 번째 위기가 찾아오면 서랍을 열고 사직서를 결재판에 꼽아 책꽂이에 보관한다. 마지막 단계가 오면 언제든 신속하게 꺼내 들고 상사를 찾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력서의 경우는 회사마다 양식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업데이트해간다. 가끔은 화려 해지는(?) 이력서를 볼 때마다 뿌듯함을 넘어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걸 보는 사람은 나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좋게 봐주면 다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가벼운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그 회사와 연관이 가장 없는 경력들을 삭제해 최대한 경력을 줄이는 스킬을 발휘해야 한다. 영어로 이력서를 써야 할 때는 그간의 경력들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리고 면접

면접은 내가 가장 즐기는 단계이다. 많은 사람들이 면접에 대해 지나치게 긴장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공감이 되지를 않는다. 떨고 있다는 것은 아쉽기 때문인데 그건 이미 지고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여기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들어가야 해 라고 생각하고 긴장 가득한 채 면접장을 들어간다면 이미 문을 여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패하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없을 수야 없겠으나 면접까지 갔다면 나 이 회사 너무 오고 싶어요 라고 동정심을 유발하기보다는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회사는 가장 필요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자신의 필요성을 당당하게 어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간 관리자로 팀원들을 뽑기 위해 많은 면접을 반대 입장에서도 경험해 보니 소극적이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일단 짧은 면접시간 안에 확실을 같기 힘들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것은 패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나를 최대한 솔직하게 보여주고 나 역시 면접을 보고 있는 미래의 직장상사가 어떠한지 함께 면접을 본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한다. 실제로 만약 면접을 보는 면접관이 예의 없고 안하무인이라면 더 이상 그 회사에 입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평등한 관계라고 믿지 않으면 회사 역시 그렇게 대해주지 않을 확률이 크다. 실제로 나는 학력이 좋지 않기에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적은 적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면접에서 떨어진 적은 거의 없었던것다. 아마도 이유는 적당한 당당함과 그 업무에 전문가라는 것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뜻밖의 선물

그렇게 유별난 취향 덕분에 나는 이제 한 장으로는 모자란 이력서를 쓰게 되었고 이것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많은 이직을 한 것들 중 좋은 점 한 가지가 생각났는데 그것은 많은 직장 동료들과 거래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큰 회사에서는 회사 내에서 많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만큼 잘 안 맞는 동료나 거래처 사람들도 만나기 쉽다. 하지만 안 맞으면 개인적으로 안 보면 되는 것이고 많은 이직 덕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형, 누나가 되고 친구가 되고, 동생이 되어 바쁜 각자의 삶으로 조금씩 멀어지는 오랜 친구의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업종이 다르고 각자의 삶에 집중하며 조금씩 멀어지는 오래된 친구들보다 업계의 친지들과의 공통분모가 더 많아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세대교체와 성향

각설하고 요즘 가만 보면  내 당시 페이스를 가볍게 앞지르며 내 이직 왕 자리를 맹렬히 쫒아오는 후배들이 눈에 띈다. 나는 최소 1년 이상은 기본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도 무색할 때가 있다. 앞으로 점점 이직은 하나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며 과거보다 더 당연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언제 생각해도 한 회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며 회사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부럽다. 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성향의 문제로 역마살과 함께 살아가는 내 인생에 있어서는 실행 불가능한 것일 뿐이다. 




잦은 이직의 후유증

이러한 고집적인 이직을 반복하다 보면 중간중간 굉장히 깊고 헤어 나오기 힘든 늪에 빠진 것 같은 슬럼프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유격에서 화생방을 피하는 것처럼 피해가기 어렵다. 내 멋대로 선택한 자유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참혹하다. 물론 그런 경험 또한 지나고 나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슬럼프가 매년 생일처럼 나에게 다가올 때면 견디기 힘든 것은 여전하다. 다만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또한 다양해져 그 기간이 조금은 짧아질 뿐이다.  




바램



프로 직장인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개인적인 욕심은 직장인들도 프로 운동선수들이나 연예인들처럼 에이전시를 통해 대리 협상을 하고 계약기간을 갱신할 때마다 그에 적합한 성적과 기여도를 판단해 그에 걸맞은 대우로 재계약을 하거나 이적료를 책정한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그 가치를 온전히 공정하게 평가받는 것이다. 모든 직장인들은 그 분야에서 프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그에 걸맞은 노동 3권(노동자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가지는 세 가지 권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고 그를 뒷받침하는 노동법이 있으나 이를 아는 사람들 조차 드믈다. 실제로 저작권자들이 저작권법에 대해 빠삭하기 힘들듯이 일반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왜 추가 근무 수당을 안 주는지, 포괄적 임금제가 적혀있는 근로계약서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사인해야 하는지, 연봉협상은 왜 회사 규정에만 따라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빠삭히 알기는 힘들다. 실제로 본의 아니게 아주 잠시 동안 노동조합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서야 몰랐던 직장인들의 당연한 권리들을 조금 알게 되었고 자신의 권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에 조금 놀라기도 했었다. 


여하튼 단지 기업의 입맛을 맞춰 전문직, 고위직을 위주로 면접을 진행해주거나 힘없는 젊은 인력들을 계약직으로 무한 양성하는 헤드헌팅 회사들이 아닌 많은 직장인들을 회사로부터 안전하고 공정하게 지켜줄 수 있는 에이전시들이 생겨서 직장인들이 합당한 대우와 권리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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