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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ddie Journey Mercury Apr 25. 2018

1. 먹으면 건강해지나요?

레스토랑(restaurant)의 기원에 대한 단상 1

레스토랑(restaurant)에 가면 우리의 건강이 회복(restaurer)되나요?



여관과 여인숙도 오래됐지만 '요리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장소'라는 뜻을 가진 레스토랑들도 오래 전인 18세기 후반 파리에서 처음 등장했다. 마튀랭 로즈 드 샹투아조(Mathurin Roze de Chantoiseau)가 오늘날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으로 간주된다. 레스토랑이라는 단어가 먹는 곳이란 뜻을 갖게 된 것은 로즈가 그곳에서 파리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프랑스어로 '회복'은 restaurer이다)시킬 의도로 몸에 좋은 수프를 팔았던 것이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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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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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그랬던 것처럼 고급 음식은 도시에 대형 시장들이 등장하기 전에 귀족들의 오락거리였다. 귀족들은 개인 요리사와 연극단에게 돈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부유한 유일한 고객이었다. 두 경우 모두 도시의 기업인들은 충분히 많은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다면 거액의 후원금과 작별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게도 그런 고객들은 도시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연극과 요리가 개인적 즐거움이 아닌 대중적 즐거움이 되면서 개별적 혁신과 관련된 지식은 보다 손쉽게 퍼져나갔다.

-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229-230pp




최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래이저(Edward Glaeser)의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읽었다. '도시화' 혹은 '도시의 성장'에 대한 저자와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지만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풍부해, 만만치 않은 분량에도 술술 재미있게 읽혔다. 책의 중반부에서 저자가 3-4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도시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책 전반으로 봤을 때 에피소드에 불과한 부분이지만 최근의 내 고민과 잇닿아 있어 유독 관심이 갔다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레스토랑이라는 말이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건 18세기 후반이다. 당시 파리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시킬 목적으로 몸에 좋은 수프를 팔기 시작한 어느 음식점이 발단이다. 참고로, 레스토랑이라는 말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회복이라는 뜻을 가진 'restaurer'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레스토랑은 현재와 같이 '음식을 먹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고가의 괜찮은 음식을 파는 고급스러운, 그래서 서민들이 가기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식당을 지칭하는 레스토랑의 처음 등장이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니, 정말 새로운 사실이었다. 인터넷에서 조금 더 검색을 해봤다.




‘레스토랑(restaurant)’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원래는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해 건강을 유지, 회복하는 장소였으나 현재는 고급 음식과 정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식당”으로 되어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식사를 위한 탁자와 의자를 제공하며 대기하고 있는 직원에 의해 서비스되는 장소들만을 가리킨다.


레스토랑의 기원을 보면 1765년 프랑스의 몽 불랑제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restoratives(원기를 회복시키는, 강장제)’라는 이름의 수프를 팔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한다. 그는 식당 문 앞에 큰 글씨로, “신비의 스태미너 수프를 판매 중”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였다. 이 신비의 스태미너 수프는 양의 다리와 흰 소스를 첨가하여 끓여낸 것으로 루이 15세도 이 ‘restoratives’라고 부르는 신비의 수프를 즐겨 먹으면서 아주 좋은 음식이라 호평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스테미너 수프의 이름이 보편화 되면서 ‘스태미너 수프를 파는 가게’라는 뜻의 ‘레스토랑(restaurant)’이라는 이름이 탄생하였는데 이 후에는 음식물을 제공하는 식당의 이름으로 일반 명사화 되었다.


‘레스토랑’의 어원은 라틴어 ‘restaurans(회복하다)’에서 온 프랑스어인 ‘restaurer(회복한다, 체력을 회복시킨다, 식사를 제공하다)’가 기원이다. 이 restaurer란 단어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여 피로한 심신 및 체력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단어에서 스태미너 스프인 ‘restoratives’가 나왔고, 다시 ‘스태미너 수프를 파는 가게’라는 뜻으로 ‘레스토랑(restaurant)’으로 변형이 되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품격있는 음식점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쓰이고 있다.  


- 김권제, <음식의 재발견 벗겨봐-알고 먹어야 제 맛을 느낀다> , 네이버 블로그에서 재인용




김권제의 <음식의 재발견 벗겨봐>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책에서는 최초의 레스토랑이 파리 시민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등장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그런데, 위의 글에서 보듯이 김권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1765년, 어느 식당에서 'restoratives(원기를 회복시키는, 강장제)'라는 이름의 '신비의 스태미너 수프'를 팔기 시작했고, 레스토랑(restaurant)은 단순히 이 스태미너 수프를 파는 가게라는 뜻에 불과했다. 이렇게 등장한 레스토랑이라는 말이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라는 의미로 일반 명사화 됐다는 것이다. 김권제의 이야기대로라면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설명과는 다르게 레스토랑의 등장은 공익적 목적과는 상관이 없었고, 단지 어느 식당의 대표 메뉴에서 유래했을 뿐인 것이 된다.


그 목적과 기원이 무엇이었든 간에 최초의 레스토랑이 시민들에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음식을 제공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이야기를 통해 유추해보면, 레스토랑 등장 이전에 좋은 음식이란 좋은 재료를 공수할 수 있고, 유능한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오락거리'의 일종이었다. 이런 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일반 시민들에게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영양섭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건강에 좋은 영양가 있는 음식(회복)을 제공했던 레스토랑의 등장은 하루 하루 생존하기에만 급급했던 평범한 시민들의 식생활 문화 전반을 바꾼 의미있는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요즘에는 마트에서 장 볼때 한 숨부터 나온다. 돈 아끼려 라면 먹는다는 말도 옛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어떨까?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나?


대한민국의 식재료 가격은 너무 비싸다. 외국의 마트를 가 보면 우리 나라의 식재료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체감적으로 알 수 있다. (관련기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보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이 조리에 들어가는 노동력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더 싸게 느껴진다. 그런데, 집 밖에서 먹는 밥은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부터 중국에서 수입된 중금속 중독 어패류, 일본의 방사선 노출 생선, 그리고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식자재 유통 업체 등등. 불량한 식재료 유통에 대한 뉴스를 워낙 많이 접하다 보니 겉보기에 멀쩡한 음식이라도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니면 뭔가 찝찝하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조선 땅에서 퇴근 후 요리에 쓸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있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우선 집에서 요리 할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  냉장고에는 미쳐 사용하지 못해 썩어가는 식재료와 먹다 남은 음식이 넘쳐난다. 대부분의 한 끼를 식당에서 사 먹으며 해결하지만, 마음 한 켠에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레스토랑 등장 이전의 프랑스 시민과 21세기 대한민국의 우리들 사이에 먹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레스토랑의 등장과 같이 우리의 식생활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리의 건강을 회복시켜줄 무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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