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희귀한 나, 특별한 삶

괜찮아, 별 거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도 절실한 그 말..

by Jin

#에필로그-특별한 몸, 평범했던 나

내 키는 155cm가 채 되지 않는다. 늘 사람들에게는 155cm라고 말했지만, 여러 번의 건강검진 결과 실제로는 152cm 언저리였다. 작은 키다. 그런데 이 작은 몸에 남들이 평생 겪기조차 힘든 희귀병이 두 가지나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평범하던 내 삶이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두 번째 희귀 질환이 발병했을 때는 마음 한편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검사에서 인자가 있었고, 언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현실로 마주하는 것’은 달랐다. 며칠 동안 무너졌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휘감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두 돌 된 아들이었다. 좋은 남편과 부모님이 곁에 있어도, 엄마는 오직 하나이기에 부족한 나라도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약과 질환이 쌓이면 10년 뒤에는 또 다른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이 따라왔다. 아니, 10년 뒤에 내가 존재하긴 할까. 검색해 보아도 나와 같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병들의 종착역은 결국 심한 고통을 겪다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말들 뿐. 투병 중인 다른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투병조차 내겐 사치같이 느껴졌다. 그들은 끝이라도 있지. 난 끝이 없다.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끝없는 터널을 계속 숨 가쁘게 걸어가는 것과도 같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 끊임없이 마음을 갉아먹었고, 멈추고 싶어도 생각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평생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나약하게 살아온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의연해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들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