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을 벗어나야 나를 알게 된다
드디어 오징어 게임 3을 모두 봤다. 후기를 간단히 말하자면, 시즌 3개를 통틀어 인간에 대해 철학적으로 아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을 때 그 안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과 모순된 행동들을 '좋다', '나쁘다'로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우리가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같은 작품을 봐도 사람마다 호불호는 다를 수 있다. 각자 가진 경험치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질 테니까. 그래서인지 혹평도 꽤 많더라. 그런데 이유 있는 혹평보다는 막연하게 던지는 혹평이 더 많아 보였다. '예상보다 별로였다', '기대보다 실망이다', '시즌 1만큼은 아니었다' 등등.
그런 막연한 평가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했던 걸까? 얼마나 더 자극적이고, 얼마나 더 잔인하길 바랐던 걸까?' 왜 불호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근거 없이 쉽게 던지는 막연한 평가는 결국, 본인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데, 그저 콘텐츠 공급자가 자신의 만족감을 채워주길 바라는 막연한 마음이 아닐까?
이 문장을 쓰면서, 고구마 100개가 생각나고, 뿌연 안개가 생각나고, 가슴을 쥐어 잡으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동시에 떠오른다.
중요한 건, 호든 불호든 이유가 같이 따라와야 그 의견에 힘이 실린다는 거다. 좋은 혹평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실망했다', '별로였다', '망작이다' 등 이런 식의 극단적인 평은 하지 않는다. 대신에 '아쉽다'라는 표현을 쓰고, 거기에 왜, 무엇이, 어떻게 아쉬웠는지 이야기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 기대했던 바, 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왜 불호인지를 말한다.
나는 이게 왜 좋은지, 왜 안 좋은지, 내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하려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관찰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나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다가 그렇게 그냥 인생이 끝날지도 몰라.
무엇보다 나도 모르는 나를 다른 사람이 만족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궁극적으로 모든 관계를 망쳐버릴지도 모른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할 테니까.
결론은 내가 느끼는 호불호 감정에 대해 관찰하고 기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특히 '호'의 감정을 잘 관찰하면, 내가 언제 행복해지는지, 언제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는지 잘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