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창작자의 동행이 필요한 시대
저작권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법 복제와 무단 배포이다. 마치 명품이 암시장에 복제되어 팔리는 것처럼,
원본의 가치를 훼손하고 창작자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는 늘 존재한다. 특히 AI 시대는 이 문제를 한 차원 복잡하게 만든다. 뛰어난 인재를 AI 기술로 암암리에 복제하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저작권을 넘어선 윤리적,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시대에 과연 저작권의 주체는 누구이며, 누가 그 권리를 지켜야 할까.
하지만 AI 시대의 도래가 위협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AI는 동시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같은 경우에 이미 구입한 유료 음원을 사용해도 처음에는 저작권 경고가 바로 뜨고 메일까지 날아온다. 라이선스를 입력하면 풀리는 식이다. 이런 기술적 진보는 저작권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넷플릭스, 멜론, 리디북스 등 합리적인 구독 기반 서비스가 불법 다운로드를 줄이는 데 실제로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델을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안한다.
첫째, 플랫폼 내 선택적 유료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마치 돈을 주면 프로필에 공식 배지를 달 수 있는 것처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저작권 보호 신청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료 사용자와 유료 사용자를 구분하고, 저작권 보호를 신청한 사람에게는 상세한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작업 기간, 어떤 플랫폼에 가장 먼저 배포했는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누가 참여했는지, AI가 참여했는지, 순수하게 사람이 만들었는지 등 말이다. 만약 AI가 참여했다면, 어떤 도구를 썼는지 등의 정보도 필요할 것이다. 만약 사실이 아닌 거짓을 입력할 경우, 거기에 따르는 손해는 본인이 고스란히 져야 하는 엄격한 원칙도 필요하다.
특히 AI 시대에는 단순히 완성된 콘텐츠뿐만 아니라,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에 대한 '학습 이력'도 중요한 저작권 쟁점이 된다. 최근 일본의 한 신문사가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AI의 무단 학습은 기존 창작자의 노력을 통째로 삼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 시스템에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시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나 화풍을 모방한 딥페이크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문제도 심각하다. 단순히 AI 도구의 이름을 기입하는 것을 넘어, '특정 창작자의 스타일이나 목소리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작품마다 주민번호처럼 고유 번호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 번호에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등 세부 항목을 알 수 있는 코드가 담겨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는 메타데이터를 통한 작품 이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10년간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사진첩에 있는 사진이 스크린숏인지, 다운로드인지, 내 카메라로 찍은 것인지, 어디서 찍었는지 지도까지 표시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정보들이 이미 모두 인식이 가능하다면, 빅테크 기업에서 이런 데이터를 저작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각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에 이러한 저작권 보호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 블로그 등, IT 빅테크 기업들이 앞장서서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간다면 기업 이미지 또한 더욱 좋아질 것이다.
또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 서버를 둔 불법 복제물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앞서 제안한 '작품 고유 번호' 시스템이 단순히 국내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다면, 해외 불법 유통 콘텐츠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적하고 제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구축되어도 저작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책임 의식이 없다면 저작권 보호는 불가능에 가깝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는 사용자를 도우려 했으나, 사용자가 진실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저작권 보호는 어렵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은 사람은 부지런히 작품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는 태도, 즉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책임 의식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자세한 정보를 기입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는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저작권을 위한 일이라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법적 대응보다는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 해결은 빅테크의 기술적 역량과 창작자의 책임 의식이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법적·사회적 논의가 '동행'할 때 비로소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창작자와 빅테크가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의 저작권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