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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마녀의 처절한 심정

영화 위키드에 대한 생각

by Jeoney Kim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글린다와 마법사는 오즈 주민들과 다르게 오히려 엘피를 반갑게 대하고 협상 후 오해를 풀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즈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이 부분에서 정치인들이 작당 모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린다, 무늬만 행복 요정

글린다는 오즈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요정 같은 존재다. 그러나 글린다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버블 속에 갇힌 소녀라고 독백한다. 그리고 그녀가 마법을 부릴 수 없다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비밀이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나름대로 속앓이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최고의 실력자

글린다와 마법사는 진짜 마법을 부릴 줄 모른다. 하지만 권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엘피는 진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마을 사람들은 전혀 관심 없다.

가장 많은 범죄를 저지른 인물

모리블은 권력과 실력을 모두 갖추었지만 그 힘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준 인물이다. 날씨를 조작해 집들이 다 부서지고, 사람이 죽었다. 이것도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군중들

마법사가 엘피를 반갑게 맞이하고 한 첫 얘기는 ‘내가 모든 걸 해명해도 그들은 결국 믿고 싶은데로 믿을 것이다’였다. 군중은 언제나 심적으로 기댈 존재와 탓할 대상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삼각관계 속에서도 피어나는 진한 우정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로 힘들어하면서도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상에는 의외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저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기 위한 마음으로 여겨진다.

엘피는 왜 글린다를 속였을까?

엘피는 글린다 마저 속이고 오즈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글린다는 엘피의 계획대로 엘피가 죽었다고 믿는다.

왜 그렇게까지 처절한 선택을 해야 했을까. 세상에 비밀은 없기 때문이다. 비밀을 간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속에 간직한 채 그 무게를 혼자서 끝까지 견뎌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그 처절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엘피는 피예로가 허수아비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피예로가 자신을 찾아와 같이 떠날 때까지 기다린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피예로 모두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글린다가 믿게 만드는 것. 그건 아마도 글린다를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이미 모두 죽었으니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엘피 자신이 피예로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적절하게 포장해 잘 감춰두려고 한 게 아닐까. ‘이제 두 사람 모두 죽었으니 글린다 너는 그저 오즈 사람들이 믿는 대로 행복한 요정으로서 잘 지내길 바라’ 이런 느낌의 포장이 아닐까 싶다.


"너는 빛나는 곳에 있어,
나는 어둠으로 갈게.

대신 우리는 죽은 거니까
나를 찾지도, 미안해하지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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