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읽고, 어떤 자세로 살 것인가 되묻다
요즘 링크드인에 자주 접속한다. 출근길 왼손으로는 지하철 손잡이를,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는 스크롤을 내린다. 무의미한 광고들을 지나,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상대는 나의 존재를 모르시겠지만ㅎ) 기업 공식 계정의 채용 공고, 대표님의 인사이트를 읽고 생각할 거리가 생기면, 살포시 '좋아요'를 눌러본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이 직접 올리신, 5월 첫 주 마감인 프라이머 클럽 21기 모집 글이다. 스타트업에 몸 담지 않았어도 이 클럽의 끈끈하고 체계적인 멘토링과 네트워크는 들어봤는데, 벌써 21기인 것은 놀랍다. 마보, 프레시코드, 이벤터스, 백패커(아이디어스), 스타일쉐어, 마이리얼트립 등이 이전 기수 클럽이라고 한다.
2개의 기업(이니텍, 이니시스)을 상장시키고, 여러 회사를 창업해본 1000억 자산가이자, 오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교육과 네트워크를 제공하고자 하시는 분. 그래서 후배 창업가들이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이를 통해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지길 바란다는 분.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은 권도균 대표님이 무려 2015년에 쓴 책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경영자란 어떤 역할이고, 특히 이 한국 사회에 비춰 스타트업의 본질 - 성공하려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면 망하는지 짚어가는 책인 만큼 꾸준히 읽히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제5강의 마지막 소단원 '형용사에 속지 마라'이다. 효율적인, 혁신적인, 고객이 만족하는, 가치 있는, 의미 있는, 우수한, 싸고 좋은, 차별화된, 쉽고 편한, 맞춤형인... 단어 하나하나가 손톱 밑의 속살을 파고드는 듯 따끔했다. 한 기업의 수장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의 구성원이라면 입에 올렸을 단어.
창업이란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고, 이번은 다르다고 그 신념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고객이 (자신도 잘 몰랐지만) 원하는 것,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땅 위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연스레 위에서 아래로 낙차로 인해 흐르고 있는 물줄기, 그 끊길 듯 말듯한 맥을 짚어내라는 비유가 생생하다.
다른 소단원에서는 우물에 갇혀 바깥세상과 고객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을 경고한다. 자연의 섭리, 시장의 순리에 따라 흐르는 물과 대비되어 인위적으로 구획된 공간의 한 곳에 고여 썩어가는 우물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더 고조된다.
혹자는 스타트업 CEO가 아니더라도 소위 '일잘러',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좋은 지침이 되는 책이라고 했다. 특히 기업가 정신과 자질에 대해 언급한 제3강은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다 형광펜을 그어놓았다.
기업가 정신의 요소를 들라고 한다면 현상보다 가치관 혹은 사고방식으로 정의하고 싶다.
낙관주의, 주도성, 책임감 그리고 결과중심적 사고 등 네 가지 특징을...
낙관주의 : 비관주의와 대비해,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실제로 돈과 시간, 인생까지 미래에 베팅하는 실천적인 낙관주의이다.
주도성 : '적극적이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찾아 해낸다'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관행, 경기의 흐름, 불확실한 시장환경에서조차 자신의 능력 그리고 노력, 용기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태세이다.
책임감 : 비가 오고 상대 선수가 태클을 하고,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골을 넣는 것이 훌륭한 축구선수, 창업가다. 환경과 남을 탓하기보단 스스로 능력과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결과중심적 사고 : 우선은 경제적 성과가 중요하며, 그 성과도 자신의 노력으로 온전히 만들어낸 결과여야 한다. 단순한 수필가나 몽상가와 달리, 창업가란 실행하고 결과를 얻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그리고 책을 쓴 지 6년 뒤에 촬영한 eo 영상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로켓을 만드는 데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지구의 중력을 뚫고 나가는 것이며, 이는 곧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불편하고 불합리적인 현실을 직접, 극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4가지 요소는 결국 하나의 방향성을 가리키고 있었다.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권도균 저
위즈덤하우스
2015.07.28
좋은 스타트업에 이직하기 위해서는, 그 포지션이 원하는 경력과 경험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최대한 가벼운 동체(적은 인원, 빠른 의사결정)로 지구의 중력을 뚫고 나가는 스타트업과의 fit(조직문화, 그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문제에 대한 입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로켓이나 성공 신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감성과 열정을 건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제한된 리소스를 갖고 움직이는 만큼,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함부로 넘겨짚지 않고, 계속해서 고객과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 공동 창업자끼리도 철저하게 서로의 역량과 신뢰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 잘 모르는 신규 사업으로 문어발 확장하지 않고 하나에 집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