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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May 06. 2023

똑똑하게 데이터 12탄 : 기억

History Back 시 사용자에게 필요한 조건만 횟수만큼만 저장

DDP에서 전시회를 같이 보러 가기로 한 날입니다. 빗길을 뚫고 허겁지겁 뛰어서 약속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했습니다. 분명히 여유 있게 나온다고 했는데, 신발은 비에 젖어 축축하고 숨이 차서 이미 지친 상황입니다. 안경 너머로 실망 반, 걱정 반의 눈동자가 보입니다. 그리고 왜 늦었는지 분석을 시작합니다.  


아까 동역문 역이라고 카톡 했으니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부터 뛰어온 거지, 혜화역에서부터 4호선 쭉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린 것이고,우산 근처 편의점에서 사다가 원래 타려 했던 지하철을 놓쳤고,아 우산은 그 전에 산건가? 

얼마나 많은 '이전' 경로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뒤로 가기'의 정의는
기억하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상품의 상세 페이지를 본 다음에 뒤로 가기를 눌렀을 때, 그전에 선택했던 가격 범위, 색깔, 브랜드 등 필터를 유지한 상태로 보여주세요.

상세 페이지에서 이전 검색 결과로 돌아가는 것을 히스토리 백(History Back, 이전 화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전 페이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선택했던 가격 필터, 선호하는 색상 체크한 것 등을 기억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버튼을 클릭할 때 특정 페이지가 위치한 주소(URL)로 이동시키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이전 10탄에서 구글에서 제시하는 표준 URL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비슷한 검색 조건의 조합은 별도로 URL을 구성하지 않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그럼 아래와 같이 [2]에서 [1]로 이동시켜도, 필터와 검색 조건을 포함한 매개변수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1] 옷 검색페이지 진입 
         mall.com/search/category?menu=clothes
2. [1]에서 3번째 위치한 AA블라우스를 클릭
3. [2] AA블라우스 상세 페이지 진입 
         mall.com/product/4QAN23EAQ 
4. [뒤로 가기] 브라우저 클릭 
5. 그 다음은?



저장된 모든 조건과 상황을
기억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세션 스토리지(Session Storag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보내기' 누르는 것을 깜빡했는데, 다시 회원 가입 페이지에 돌아오니까, 이전에 입력한 연락처, 주소 값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동완성(autosave) 기능을 제공할 때 사용하는 세션 스토리지를 활용해서 필터, 검색 조건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브라우저를 열고 닫을 때까지의 한 세션 안에서, 사용자가 구글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브라우저를 열어 데이터를 검색하거나, 서식에 이름을 입력할 때마다 사용자 정보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URL에 표시되지 않아도 이런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정말 그 많은 검색 조건을 기억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요? 실제로 사용자는 검색 페이지에 도착했을 때, 다시 가격 바를 조정하거나, 기존 브랜드를 체크 해제하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면서 탐색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만약 기존의 검색 조건을 유지하면서 대안을 탐색하고자 했다면, 각 상세 페이지 아래에 표시하는 '추천' 또는 '연관' 상품 중 하나를 바로 클릭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보고 있는 옷과 유사한 색상과 핏의 옷을 바로 추천해주고 있으니까요. 


한 번의 '뒤로 가기' 시 보여줄 화면에 대해서도 이렇게 고민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복잡하고 무거워지더라도 모든 검색 조건을 저장해서 보여줄 것인가? 검색 조건 다 초기화시키고 그냥 보여줄 것이냐? 양 극단이 아니라 필터 간 위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최상단의 브랜드나 여성/남성/아동 등 대분류에 대한 선택은 저장하고, 최하단의 '7부/5부/..' 이렇게 소매 길이 등 세부적인 선택은 저장하지 않는 것으로요.



이전의 이전의 단계를
기억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그럼 몇 번의 단계까지 기억해놓아야 할까요? 우선 세션 스토리지의 기술적 한계상 웹에서는 지금 보고 있는 브라우저창을 끈다면 더 이상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브라우저창이 열려 있었다면, 두세 번 뒤로 가기 마다 그때의 화면과 검색 조건을 다 보여주어야 할까요? 만약 새로운 상품이 입고되었거나 해서 검색 조건을 유지해도 표시되는 항목이 달라진다면요? 


한 번 이상의 뒤로 가기를 기억하고자 하면, 다음과 같이 팝업이 존재하는 플로우에서는 '뒤로 가기' 기능을 제공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전 페이지가 아니라 이전에 불러왔던 팝업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래 UX Planet에서 소개한 드리블의 예시는 '뒤로 가기'를 눌렀더니 지금 보고 있는 팝업이 종료되고 그 아래의 팝업이 다시 노출되어서 혼동을 초래한 상황입니다. 



출처 : https://uxplanet.org/removing-nested-modals-from-digital-products-6762351cf6de



스무고개할 바에야
그냥 단계를 줄여버리자.


이 글의 에피소드로 돌아가봅니다. 만약 지하철을 타면서 역을 경유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왔다면? 아니 어디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DDP로 순간이동했다면? 허겁지겁, 비에 젖은 모양새로 약속장소에 도착할 일은 없었겠죠? 그 전에, 그 전 전에 셀 필요 없이 시작과 끝만 존재한다면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조건, 얼마나 많은 횟수의 '이전'에 대해 기억을 해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에 도착하기까지 정말 많은 탐색과 검색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사용자 행동 로그를 남겨도, 선택할 수 있는 경로도 필터도 너무 많은 상황에서 - 사용자가 특정 조건으로 검색해서 도달했다는 것이 정말 그 사용자에게 최선의 탐색 경로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필터나 옵션을 탐색하며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탐색이 아니라 '요청'을 하는 경우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여주가 입고 있던 그 상품을 찾기 위해, 드라마 화면 스크린샷으로 바로 이미지 검색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ChatGPT로 직접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보여주는 결과가 맞지 않으면 다시 질문하면서 주도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두 인공지능이 불러온 변화입니다. 당장 우리 서비스에서 이런 검색을 구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되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왜 뒤로 가기 할 때 이전 결과를 기억해서 보여줘야 하지?
그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뒤로 가기' 기능에 관한 3가지 질문 

3. 목적 : '이전' 결과를 저장하고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가? 

1. 조건 :  그렇다면 사용자가 선택한 조건 중 어떤 것을 유지하고 어떤 것은 초기화시켜야 하는가?

2. 횟수 :  얼마나 자주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가? 최대 몇 번까지 '이전' 페이지 또는 팝업을 불러와야 하는가?


사진: Unsplash의 Julia Ka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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