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중독으로부터 균형 되찾기
[편집자 주]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을 진단하고 처방을 담은 신간의 저자 인터뷰를 소개한다. 가디언에 실린 '도파민의 나라: 탐닉의 시대에 균형 찾기Dopamin Nation: Finding Balance in the Age of Indulgenced'라는 책의 저자 애나 렘크Anna Lembke 인터뷰다. 저자는 현재 스탠퍼드대 이중진단중독(두 가지 이상 중독) 클리닉 소장이면서, 지난 25년 동안 약물, 도박, 섹스, 비디오게임, 보톡스, 얼음목욕 등 각종 중독자 치유를 전문으로 일해 왔다. 이전에 관련 저서도 냈고 테드 강연도 했는가 하면,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도 출연했다. 이번 책에서는 왜 디지털 중독에 빠져드는지, 어떻게 하면 중독에서 벗어나 기기를 적절히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지 조언을 담았다고 한다.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현대인이 어느 정도까지는 모두 중독자라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을 '현대의 피하주사 바늘'이라고 부른다. 저마다 손끝으로 즉석에서 화면을 열고 오락을 즐기거나, 좋아요와 트윗으로 주목이나 인정받는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새천년이 시작된 이래 사람들 사이에는 (물질성이 아닌) 행동 중독이 급증했다. 조금이라도 틈만 나면 자극을 받을 기회로 여긴다. 틱톡으로 들어가거나,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거나, 다른 사이트를 통해 포르노나 도박이나 게임이나 온라인 쇼핑에 탐닉한다.
하지만 우리 손끝에서 즐거움이 끝없이 솟아나는 샘이 있음에도, "데이터 상으로 우리의 행복감은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우울감 비율에 대한 글로벌 조사를 보면 지난 30년 사이 현저하게 상승했다.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 사람도 지난 10여 년 사이에 더 불행해졌다고 느낀다. 우리는 혼자서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디지털 기기에 빠르게 접속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랫동안 인내를 요하는 과제에 집중하거나, 창조적 몰입에 빠져 있는 경우가 드물다. 팬데믹은 소셜미디어와 다른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성을 더 키워 놓았다. 알코올이나 약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독은 연속적인 스펙트럼 장애다. 중독이다, 아니다로 확연히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도의 문제다. 생활하는 데 심각한 방해를 초래할 정도가 되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사소해 보이는 디지털 중독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서서히 알아차리기 힘들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은 더 위험하다. 정말 심각한 수준에 들어와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다양한 중독 사례를 통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대신, 뇌 안에 자신의 생각이 밀려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반짝이는 것들에서 도피처를 찾는 것에 비하면, 재미는 좀 덜해 보일 수도 있고, 불편을 견뎌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형식의 금욕주의'야말로 '좋은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약속한다.
중독을 이해하려면 도파민을 알아야 한다. 도파민은 흔히 '쾌감'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이, 이 물질 자체가 쾌감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쾌감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도록 만든다. 뇌의 주요 보상/쾌락 신경전달 물질로서, 우리가 배가 고플 때 피자를 찾게 하고, 성욕을 느낄 때 섹스를 찾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어떤 경험의 잠재적 중독성'을 측정하기 위해 도파민을 사용한다. 도파민 분비를 많이 일으키는 것일수록 중독성이 크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것을 할 때는 물론 그것을 할 거라는 기대만 해도 도파민이 치솟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 때문에 그것을 계속해서 하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끝났을 때는 도파민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뇌가 항상성이라 불리는 자기조절 과정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도파민이 떨어진 상태가 되면, 우리는 초콜릿을 한 조각 더, 연속극을 한 편 더 즐기고 싶어지는데, 심각한 중독 상태가 아니면 그런 충동적 욕구는 곧 지나간다.
도파민이 발견된 것은 1957년이지만,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은 우리 뇌 회로에 깊이 배선되어 있다. 중독성은 약 50%가 유전적 성향에 달렸다. 다른 50%는 환경 요인에서 온다. 접근성도 환경 요인에 속한다. 우리 뇌는 수백 년 동안 별로 변하지 않은 반면, 중독적인 것에 대한 접근성은 확연히 달라졌다. 우리 조상들은 짝을 찾고 맛있는 음식을 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우리는 앱 클릭 한 번으로 그런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의 즐거운 것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즐거운 것에 빠져 탐닉할 때, 항상성 원리에 따라 "뇌의 보상 기제는 우리를 점점 더 저점으로 데려간다." 즐기던 것이 주는 쾌감은 점차 떨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그 자극에 더 의존하게 된다. 점점 쾌락을 쫓아가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디지털 세계는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규모로 우리를 탐닉할 수 있게 만든다. 우리를 멈추게 할 실질적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약물만 해도 돈이 떨어지거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결국 (한시적으로라도) 소진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쇼나 틱톡의 피드는 지치는 법도, 공급의 한계도 없다. 심지어 사용자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다시 터치만 하면 자동적으로 화면에 새로운 것이 뜬다.
순간적인 만족에 중독이 될수록 우리의 주의집중 시간 대역이 줄어들 뿐 아니라, 끊임없이 주로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 뇌 안에 머물게 되고, 미래 계획과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인성 발달에 중요한 전두엽의 사용과는 멀어지게 된다. 우리가 업무나 사회생활에서 복잡하거나 불안한 쟁점에 직면했을 때 디지털 기업들은 곁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가 손쉬운 오락거리(관심 돌리기)로 삶의 질척함을 피하게 해 준다. (이때 스크린에 보이는 삶의 버전은 힘든 구석은 다 제거된 상태로 제시된다. 얼굴은 필터링되어 아름답고, 어색한 침묵의 순간이라고는 없다. 보이는 게 싫으면 그저 다른 탭을 클릭만 하면 된다.)
"우리 삶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전엔 훨씬 많은 고충을 견뎌야 했던 걸 생각하면. 우리는 만족을 지연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형태의 좌절과 고통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습관에서 멀어지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폰을 서랍 속에 잠그는 것과 같은 단식 기간(24시간에서 한 달까지, 길수록 좋다)으로 시작해야 한다. 첫 12시간 동안이 가장 욕구가 강하고 고통스러울 텐데, 이때 접근할 수 없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장시간 거리를 두는 목적은 우리 뇌 회로를 재설정해서 의존성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목표는 그것과 영원히 작별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하게 그것을 즐기는 법을 파악하는 것이다. '적정'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어떤 사람은 자신은 과하게가 아니고는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구속'의 테크닉이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과 기기 사이에 장애물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침실에서 스크린을 다 치운다거나, 폰을 비행 모드로 둔다든가, 주말 같은 특정 시간대에만 사용하도록 한다든가. 처음에 디지털 단식을 하고 나면, 이런 자기 규제가 좀 더 수월해진다. "과도한 소비에서 적정으로 가는 것보다 완전 금지에서 적정으로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을 들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휴지기 정신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주목해 왔다. 이 말은 우리가 활동하는 사이에 "독자적인 리듬과 호흡을 가진 뇌의 상이한 부분들 간의 동시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는 독창적인 생각이라든가 건강함wellness의 일반적인 감각에도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네덜란드인들이 '닉슨Nicksen'이라고 부르는 일상 습관(매일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따로 떼놓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하고만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류의 아이디어들은 사실 익숙하다. 우리는 디톡스나 마음챙김 수련 같은 것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정직하다. 장밋빛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소비자 문화는 "인생은 너무나 재미있게 되어 있다!"라는 기대를 조장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그걸 인정하고 나면, 역설적으로 일상의 분투 속에 있는 사람이 나만 그런 게 아님을 아는 데서 위안을 받을 수 있고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옥탄가 높은 자극이 순간순간 곧바로 우리 기분을 -이전 세대는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우리는 즐겁다고 느낄 때 우리가 모든 것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갖고 살게 된다. 실제로는 기술에 의해 동력을 얻는 '축복'이란 순간적이고, 사실은 정말로 복된 시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요는 온종일 끊임없이 즐거움을 찾아다니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다. 사방에 좋다는 게 너무 많다.
저자는 우리가 보다 수도사적인 사고방식을 가짐으로써 디지털에 대한 의존성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 '힘이 드는' 추구를 통해 쾌락-좇기의 악을 대체하라고 권한다. "힘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살 가치가 있는 삶을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후에 갖는 즐거움이 더 오래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애써 성취한 절정감이 훨씬 달콤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