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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Aug 22. 2021

코로나, 감기가 되기까지

위험 인식 조율과 심리 전환도 과제

[편집자 주]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의 짙은 안개에 갇혀 있다. 지금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한 기사를 또 한 편 소개한다. 지난번 팬데믹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애틀랜틱의 에드 용 기자의 전망 기사에 이어 동료 기자 새라 장의 기사다. 두 편의 기사는 서로 보완적인 내용으로 코로나 상황 전개에 대한 큰 그림과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80년대 영국 의사들이 15명의 실험 자원자를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시험을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출현하기 전이었다. 당시 의사들의 관심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중에서도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229E라 불리는 것이었다. 229E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불분명한 바이러스다. 우리 대다수가 이미 한 번 이상, 대개는 어릴 때 처음으로 감염된 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감기는 병세가 심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 영국의 시험에서도 229E를 코로 흡입한 실험 자원자 성인 15명 중 10명만 감염이 됐고, 그중 8명만 실제로 감기 증상으로까지 발전했다.


의사들은 같은 실험을 이듬해에도 반복했다. 첫 실험 자원자 중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추적해 다시 229E를 코에 뿌려 흡입하게 했다. 그랬더니 이전에 감염된 사람 중 6명이 재감염되었다. 하지만 감기 증상을 보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두고 의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력은 빠르게 낮아지고, 따라서 재감염이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일 거라고 추정했다. 다만 재감염 때의 증상은 전보다 약했다-심지어 무증상도 있었다. 그렇게 볼 때 우리 대다수가 전에 229E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한 번 이상 감염됐을 가능성도 크다.


이 작은 연구는 당시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80년대와 90년대에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바이러스 연구에서는 뒷전에 있었다. 그것이 유발하는 감기가 인류 보건의 큰 체계에서는 사소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0년 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울 면역의 단서를 다급하게 찾게 된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 영국 의료진의 그 연구를 재발견했다.


코로나19를 유발한 사스-CoV-2 바이러스가 출현하기 전만 해도 사람들 사이에 도는 코로나바이러스 중에 알려진 것은 229E를 포함해 4가지뿐이었다.  이 4가지는 모두 일반 감기를 유발한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최신 코로나바이러스도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보자면 5번째 일반 감기로 귀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럴 경우 코로나19는 229E가 유발하는 감기와 아주 비슷해 보일 수 있다. 즉, 반복해서 발병은 하되 대체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 감기가 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그런 미래를 상상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데믹은 끝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난다. 지금 확진자와 사망자가 치솟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 노출된 적이 없는 사람의 면역계와 만난 결과다. 백신을 통해서든 감염을 통해서든-바람 같아서는 당연히 백신을 통해- 충분히 많은 사람이 웬만큼 면역을 형성하게 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염병학자들이 '풍토병'이라 부르는 것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럴 경우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우리 생명을 뒤엎지는 않게 된다.


그런 식으로 일단 사람들 사이에 최초의 면역 방어막이 쳐지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자나 사망자 수는 줄어든다. 그 후 떨어지는 면역력은 정기적인 부스터 샷을 통해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르면 확진자 수는, 아마도 시즌에 따라, 등락을 계속하겠지만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 말한 알려진 4종의 일반 감기형 코로나바이러스가 맨 처음 어떻게 인간을 감염시켰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중 적어도 한 가지는 팬데믹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다른 것들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약해지면, 재감염과 돌파감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겠지만, 증세는 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영원히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모두가 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세인트 주드 병원의 감염병 연구자인 리처드 웨비는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함께 살아야만 하는 것"이라면서 "보건 체계 전체에 충격을 주지 않는 한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면역계나 우리 사회에도 더 이상 '신종'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귀결될 거라는 전망은 대단히 분명해 보이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도달할지의 과정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분명하지가 않다. 부분적인 이유는 그 경로 자체가 우리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동료 기자 에드 용이 썼듯이, 코로나19가 결국 풍토병으로 귀결될 거라고 해서 우리가 모든 주의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감염자 발생 수를 낮출수록 병원의 과밀 압박은 덜해질 것이고, 백신 미접종자-아이들까지 포함-에게 접종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벌 수 있다. 바이러스가 미접종자들을 할퀴고 지나가도록 그냥 놔둔다면 풍토병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될 수는 있겠지만 그럴 경우 그 과정의 희생자는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바뀌는 경로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얼마나 일으키느냐에도 달렸다. 델타 변이는 이미 미국의 올여름 재개방 계획을 접게 만들었다. 세계 전체로 보더라도 여전히 너무나 많은 지역이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다. 바이러스로서는 전파력과 재감염력을 높인 새로운 변이로 바뀔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 그나마 희소식은 이 바이러스가 우리 면역계를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릴 정도로 단기간에 심하게 진화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우리의 면역 대응은 너무나 복잡해서, 바이러스 하나가 모두를 피하기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새라 코비는 말한다. 가령, SARS-CoV-2 바이러스를 재빨리 무력화한 항체의 수준은, 대다수 병원균에 대해 그런 것처럼, 시간이 가면서 떨어지는 게 분명하지만, 그다음 우리 면역계에는 바이러스를 똑같이 알아보는 B세포와 T세포가 대기하고 있다. 이 말은 감염을 막는 초기 면역력은 떨어질 수 있어도 중증과 사망에 대한 보호는 훨씬 오래간다는 뜻이다.


백신의 본래 목적은 감염의 차단이 아니라 감염 후 중증과 사망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작년 여름 백신이 테스트 중일 때 백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게 기대를 낮추라고 말했다. 호흡기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은 완전 감염을 막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 백신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첫 발판을 마련하는 콧속보다 폐 속에서 면역을 구축하는 데 더 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독감 주사의 효과도 해에 따라 10-60% 수준이다.) 하지만 백신의 초기 임상 시험 결과가 '이례적인 효능'을 보이면서 기대가 높아졌다고 존스홉킨스 대학의 루스 캐런  면역연구센터 소장은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증상적 감염을 막는 데 95%를 기록하면서, 성급하게도 미국에서는 코로나19도 홍역이나 볼거리처럼 지역에서 근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다음에 날아든 나쁜 소식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베타, 감마에 이어 지금은 델타 같은, 백신의 보호 효과를 잠식하는 신종 변이가 출현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1년 전에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에 이른 것"이라고 캐런은 말했다. 백신은 예상했던 대로 여전히 중증을 막는 데는 효과가 좋다. 하지만 집단 면역의 달성은 이제 물 건너 간 듯 보인다.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돌 것이다. 하지만 입원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증까지 가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백신 접종자들 사이의 돌파 감염이 뉴스를 통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이런 패턴을 보여준다. 영국이나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같은 백신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도 모두 사정은 똑같다. 돌파감염이 늘고는 있지만 백신 미접종자 사망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고 나면, 재감염과 돌파감염의 시기와 심한 정도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의 보호 효과가 얼마나 빨리 줄어드느냐에 좌우된다. 이것은 두 가지 요인의 조합에 달려 있다. 첫째, SARS-CoV-2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면역계의 대항력이 얼마나 빨리 감퇴하느냐는 것. 둘째,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해 자신을 위장하는 데 성공하느냐가 변수다.


면역학적 기제는 단적으로 옛날 적을 상대해서 깨우기란 어렵지만 재감염이나 돌파감염은 면역 반응에 다시 활력을 준다. 돌파감염은 '백신의 힘을 더하는 부스터(추진로켓)처럼' 행동한다고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면역학자인 로라 수는 말했다. 앞서 229E 바이러스 연구에서 의사들은 처음에는 감염되지 않은 실험 자원자들이 1년 뒤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는 처음에 감염된 사람에 비해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이는 최근에 감염된 사람일수록 보호력은 더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바이러스 자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것이다. 감염이든 백신을 통해서든 면역이 생기는 사람이 늘면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면역을 피할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방에 도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결과다. 독감도 해마다 기존 면역에 대응해 변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면역을 갖게 되는 풍토병 단계가 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거나, 감염자에게 여러 차례 자기복제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들의 적응률은 세계에 SARS-CoV-2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지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코비는 말한다. 바이러스의 자기복제를 로토 복권 구입에 비유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가끔씩 확산에 도움이 되는 무작위 변이를 축적해 간다. 이때 바이러스가 가진 복권 수가 적을수록 '변이 잭팟(폭발적 확산)'을 터뜨릴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면 애를 먹이는 신종 변이의 출현도 늦춰질 수 있다.


앞에서 말한 4종의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에 재감염될 가능성은 우리의 면역력 감퇴와 바이러스 자신의 진화의 조합으로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종합해 보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이런 일반 코로나바이러스에 처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병이 대체로 심하지 않다. 그 후 우리 면역계가 감퇴한다. 바이러스가 변한다. 우리는 재감염된다. 면역 반응이 업데이트된다. 면역계는 다시 둔해진다. 바이러스는 다시 변한다. 우리는 다시 감염된다. 등등


코로나19도 최선의 경우 같은 패턴을 따를 것이다. 나중에 일어나는 감염은 심하지 않게 된다고 컬럼비아대학의 유행병학자 스티븐 모스는 말한다. "병의 부담이 크지 않으면 우리는 [바이러스를] 웬만큼 당연시한다." 그럼에도 이런 감기들이 완전히 무해하다는 말은 아니다. 일반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중 어떤 것은 과거 양로원에서 사망자를 낳기도 했다. 덜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코로나19는 독감처럼 보일 수 있다. 매년 독감으로 미국인 1만2천-6만1천 명이 숨진다. 피해는 독감철에 따라 가변적이다.


사망자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전부인 것도 아니다. "장기 코로나(COVID)의 존재는 아주 큰 의문"이라고 요나탄 그래드 하바드대학의 면역학자이자 감염병 연구원은 말한다. 백신이 장기 코로나에 대해서는 예방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할 데이터가 아직은 없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면역계가 다른 부수적 피해 없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더 나은 대응 태세가 된다는 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코로나19의 풍토병 전환은 또한 심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얼마간의 면역이 생기면 코로나19 진단은 연쇄상구균이나 독감 진단처럼 일상적인 일이 된다. 병에 걸리더라도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특별히 공포에 떨 이유는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가 단순한 독감이 아니라고 말해 왔던 메시지의 학습 내용은 지워야 한다는 말이 된다.


올여름초 미국의 질병예방본부가 백신접종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고 했다가 일어난 혼돈이 시사하는 것 있다면 코로나19의 풍토병 전환 과정이 심리적으로 험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개방이 너무 빠르게 느껴질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겐 너무 느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의 위험 허용치를 이해하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라고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보건 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줄리 다운스는 말한다.


독감만 해도 이제 우리 사회는 기꺼이 감내할 위험의 정도에 대체로 동의한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아직 그런 동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은 델타 파도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당장보다는 앞으로 훨씬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완전 퇴치 상태로 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다운스는 말한다.


지금보다 나은 백신과 나은 치료는 코로나의 위험을 한층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더욱 진지하게 여기게 될 수 있고, 앞으로 마스크 착용과 환기 습관에 있어서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의 풍토병화는 이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위한 인내할 만한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안은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다음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런 상태가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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