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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Aug 25. 2022

타자를 향한 선의

자기 삶에서 좋은 무언가를 건네고 싶은 마음

루이스 하이드는 <선물>에서 우리 마음과 공동체의 삶 속에 내재하는 '선물'의 순환 원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중 하나인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릴 적 일화에 관한 대목을 발췌해 소개한다.


이제 선물과 예술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를  차례다.

「어린 시절과 시」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작품의 기원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네루다는 칠레 남부 변경 마을인 테무코에서 자랐다. 1904년에 테무코에서 태어난 것은 100년 전 오리건에서 태어난 것과 비슷했을 터이다. 비가 많은 산악지대에 자리 잡은 “테무코는 국토 남부의 칠레인 마을 중에서도 가장 외딴곳”이었다고 네루다는 회고록에서 이야기한다. 그는 큰길을 따라 늘어선 철물점들을 기억한다. 마을 사람들이 글을 읽지 못해서 철물점에는 시선을 끄는 간판들이 걸려 있었다. “거대한 톱, 대왕 솥, 괴물처럼 큰 맹꽁이자물쇠, 매머드 숟가락.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신발 가게가 나오는데 그곳 간판은 거인 신발이다.” 네루다의 아버지는 철도 일을 했다. 네루다 가족의 집은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정착민이 사는 임시숙소 같은 분위기였다. 못 상자와 연장, 안장 따위가 짓다 만 방이나 반쯤 놓인 층계 밑에 흩어져 있었다.


집 뒤쪽 공터에서 놀던 어린 네루다는 울타리 판자에 집 뒤쪽에 난 구멍을 발견했다. “구멍을 들여다보니 우리 집 뒤로 펼쳐진 풍경이 보였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야생 그대로였다. 나는 몇 걸음 물러났다.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별안간 손 하나가 나타났다. 내 또래쯤 되는 소년의 작은 손이었다. 다시 가까이 가서 보니 손은 온데간데없고, 아주 멋진 장난감 양이 놓여 있었다. 양의 하얀 털은 색이 바래 있었다. 바퀴도 달아나고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았다. 나는 그토록 멋진 양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다시 구멍을 들여다봤지만 소년은 사라진 뒤였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내 보물을 가지고 왔다. 비늘이 벌어진, 솔향과 송진이 가득한 솔방울로 내가 몹시 아끼던 것이었다. 나는 솔방울을 같은 자리에 내려놓고 양을 가져왔다.


그 후로 나는 그때 그 손도 소년도 다시는 보지 못했다. 그런 양 또한 다시는 보지 못했다. 양 장난감은 나중에 불이 나서 잃어버렸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장난감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슬그머니 창문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 양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네루다는 이 사건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선물의 '신비로운' 교환은 퇴적 광상처럼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는 그런 교환을 자신의 시와 연결시킨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동기간의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멋진 일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느끼는 것도 우리의 삶을 먹여 살리는 불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애정,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우리의 잠과 고독, 우리의 위험과 나약함을 지켜보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애정을 느끼는 것은 훨씬 더 위대하고 아름답다. 그것은 우리 존재의 경계선을 더 넓히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기 때문이다. 그때 그 교환을 통해 나는 모든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함께한다는 소중한 생각에 처음으로 눈을 떴다…… 그렇다면, 내가 인류 형제애의 대가로 송진 같고 흙과 같은, 향기로운 무언가를 주려고 애써온 사실이 놀랍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어린 시절, 외딴집 뒤뜰에서 배운 커다란 교훈이다. 아마도 그때 그 일은 서로를 모르면서도 상대에게 자기 삶에서 좋은 무언가를 건네고 싶었던 두 소년의 놀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고 신비로운 선물의 교환은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영원히 변치 않으며 나의 시에 빛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딕은 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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