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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Sep 02. 2022

유소유 #35 밖에서 사 먹는 게 무서워요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3가지 해답

나는 요즘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게 무섭다. 지인을 만나 밥 한 끼에 커피까지 한 잔 하면 2만 원은 기본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누가 치킨이 서민음식이라고 했던지 이제는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은 기본이고 3만 원까지 받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플레이션의 시대이다. 나는 원래 인플레이션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지갑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국제유가 급등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모든 물가가 한꺼번에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오늘은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3가지 해답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뻔하지만 쉽지 않은 진리에 나만의 팁을 얹어보았다.



1. 소비의 톱니바퀴를 멈춰라.


보통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때 돈을 이용한다. 10만 원으로 1만 원 빵을 10번 먹을 수 있었지만 물가가 10% 올라 1만1천 원이 되면 9번밖에 사 먹지 못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돈 앞에서 비합리적이며, 오히려 시간 앞에서 냉정함을 되찾는다. 그래서 나는 시간의 개념에 입각해서 인플레이션을 설명한다. 가령 물가가 10% 오르면 주 40 시간 근무가 동일한 월급에 주 44시간 근무로 늘어나는 것이며, 주 5회 출근 중 4회는 1시간씩 연장근무를 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억울하지 않은가?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악령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은 이 악령과 싸워서 이겨내야만 한다.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가장 쉽고 빠르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절약이다. 인플레이션이 10% 공격하면 10% 만큼 방어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소비의 톱니바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당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를 늘린다. 하지만 소득의 가속도보다 소비의 가속도가 더 빠르며, 소득이 꺾이는 시점에 소비도 같이 줄이기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소비의 톱니바퀴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편리함에 대한 중독과 더불어 주변에 대한 체면 때문이다. 그동안 누리고 보여준 것을 끊기 어려운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번 늘린 소비를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패하면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없다.



소비의 톱니바퀴를 멈추기 위해서는 급정거가 필요하다.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보다 전부 끊고 나서 하나씩 늘려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일주일만 소비를 끊어도 필요와 욕구가 구분될 것이다. 그래서 지난주에 소개한 무지출챌린지가 소비의 톱니바퀴를 멈출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나는 배달의민족을 쓰지 않고, 쿠팡까지 삭제했는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삶에 큰 지장은 없다. 또한 나는 넷플릭스를 보지 않고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해지했는데 처음에는 광고가 거슬렸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 소비 통제는 인플레이션의 필승 공식이다. 인플레이션이 5%이든 10%이든 나의 소비를 제로로 만들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2. 소득의 파이프라인을 뚫어라.


소비의 톱니바퀴를 멈춰도 아직 인플레이션을 이긴 것은 아니다. 소비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스포츠 경기로 따지면 수비 대열을 가다듬은 것에 불과하다. 수비만 잘하면 지지는 않지만 이길 수는 없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평생 끝나지 않기 때문에 수비만 하면 언젠가는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소득을 늘려서 공격을 해야 한다. 소득을 버는 유형에는 노동자, 자영업자, 투자자, 사업가가 있는데 부자가 되려면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가치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자영업자도 자신의 노동 없이는 소유권이 무의미하다. 투자자는 돈으로 남의 시간을 살 수 있지만 의지대로 사업을 키워나갈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소비 통제 다음으로 소득 창출이 필요하다. 단, 여기서 말하는 소득 창출은 또 다른 직장의 근로자가 되어 부업을 하는 게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서 소득의 파이프라인을 뚫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 파이프라인은 결코 하루아침에 뚫리지 않지만, 한번 뚫기만 하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수입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본인의 적성에 맞는 소득 파이프라인을 뚫어내면 인플레이션 만큼, 혹은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수익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부자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사람이다. 따라서 돈 때문에 나의 시간을 팔지 않는 단계를 넘어, 인플레이션과 관계없이 돈으로 남의 시간을 살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소득의 파이프라인을 뚫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모든 문화와 지식은 콘텐츠로 탄생할 수 있으며 기존에 존재하던 사실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면 곧 브랜딩이 된다. 그래서 만약 콘텐츠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퍼스널브랜딩에도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나는 기업 분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취업이나 투자를 위해 기업 분석을 해야 하지만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자료를 제작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내 자료를 찾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돈을 내고 사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덕분에 수익이 아닌 양질의 자료를 축적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노력이 수익 창출로 이어졌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3. 스스로의 가치를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높여라.


소비의 톱니바퀴를 탈출하고 소득의 파이프라인을 개척하는 것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이겨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은 방심하면 인플레이션에 다시 잡아먹힐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굴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인플레이션 만큼, 아니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게끔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최근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시장이 모두 안 좋은 모습을 보이자 '원화채굴'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근로소득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근로소득 자체보다 더 중요한 근로가치를 놓치고 있다. 절대적인 근로소득이 올라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으면 나의 근로가치가 떨어진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잘하는 일로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을 사야 하고, 강점을 극대화해서 단점을 가려줄 수 있는 남의 시간을 사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반드시 잘하는 일과 강점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수완이 좋은 한 사장님은 과일 장사로 부자가 되었지만 과일 얘기를 거의 꺼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분은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으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 분의 과일 사업은 매년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그 분이 운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다수의 사람들의 시간 가치를 빼앗아 소수의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높여야 하는 스스로의 가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먼저 본인이 업무시간 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해보라. 나는 식사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산책을 할 때도 기업 분석 자료를 살핀다. 이때 지식이 채워지면서 두뇌의 가려움이 해소되는 것 같다. 다음으로 본인이 그 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개념 중 하나인 기업을 평생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지 습관으로 자리잡고 오랫동안 꾸준히 하면 무시할 수 없는 전문성이 생긴다. 그 전문성이 바로 평생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이번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은 수십 년 지속된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동남아에서 제품이 싸게 만들어지고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혁신적인 가격에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은 최저가와 가성비에 적응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머징 국가들의 인건비가 올라갔고, 기업들은 점유율을 늘리기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다. 게다가 미중갈등 격화로 탈세계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인플레이션’, 다시 말해 당신의 시간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악령은 절대로 지식만으로 물리칠 수 없다. 고통과 인내를 수반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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