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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26. 2022

유소유 #34 무지출챌린지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무지출챌린지에 의미있게 동참하기 위한 3가지 방법

패션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재테크 유행도 돌고 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YOLO’, ‘FLEX’, ‘워라밸’ 같은 키워드가 세상을 지배했다. 그때는 한번 사는 인생 쿨하게 살자는 마인드가 청춘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FIRE’, ‘월천벌기’, ‘짠테크' 같은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여전히 소비를 즐기지만, 확실히 소비 대신 저축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중에서도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챌린지’가 MZ세대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무지출챌린지에 의미있게 동참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했을 때 본질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



1. 목적을 분명하게 정하라.


무지출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애매모호한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아껴서 하루 빨리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거나, 심지어는 주변에서 하던데 그저 유행을 따라해보고 싶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러한 답변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목적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열심히 운동해서 멋진 몸매를 가꾸겠다는 다짐은 좋지만 어떤 몸매가 멋진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면 목적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무지출 챌린지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는 행위는 재테크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만 분명한 목적 없는 무지출챌린지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평생 무지출챌린지를 하기로 굳게 마음 먹은 사람이 아니라면 경제적 자유 같은 추상적인 목적보다는 '30만 원 모일 때까지 무지출' 등 구체적인 목적 지점을 정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목표로 했던 금액으로 무엇을 할지 다음 단계를 미리 생각해보길 바란다. 저축률을 높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금전적인 목표나 그 이상의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면 무지출챌린지를 끝까지 완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무지출챌린지로 절약한 만큼 본인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경험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면 무지출챌린지로 절약하는 동안 투자 공부를 병행하면 이론과 실전을 동시에 익혀 궁극적인 목표 지점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일주일 동안 무지출챌린지를 실천해보았다. 삼시세끼 챙겨주는 회사 덕분에 평일 식사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집에 있는 반찬으로 간단하게 차려먹었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같은 식단에도 질리지 않는 성격이 지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출을 통제해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지 않았다. 요새 물가가 많이 올라서 밖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마시면 2만 원은 기본으로 나가는데 집에서도 혼자서 잘 노는 성격인지라 심심하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무지출챌린지를 해보고 느낀 점은 단기적으로는 지갑을 묶어서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2.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찾아라.


한번 시작한 무지출챌린지를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리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오래 지속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돈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에 빠르고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운동에 빗대어 설정하자면 과거에 나는 바디프로필이라는 초단기 목표에 집중하느라 건강을 해치면서 식단과 수분량을 조절한 적이 있다. 바디프로필 결과물은 만족스럽게 나왔지만 촬영 직후 폭식을 참을 수 없었고 매일 하던 운동도 소홀해지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무지출챌린지를 할 때에도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다가 자칫하면 억눌렸던 욕구가 폭발하면서 오히려 재정 상태를 망가뜨릴 수 있다.



무지출챌린지를 하면서 구체적인 금액 목표를 잡는 방법 외에 구체적인 기간 목표를 잡는 방법도 있다. 이때 무지출챌린지를 실천하는 기간을 가급적이면 짧게 설정하는 게 핵심이다. 생활하다 보면 매달 일정한 날에 지출되는 고정비도 있고, 갑작스럽게 지출이 불가피한 비상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요새 유행하는 '챌린지'가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만 도전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라기보다는 누구나 마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하면 의지와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 있는 과제를 보다 즐겁게 하기 위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인이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무지출챌린지 기간을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는 무지출챌린지를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대신 절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수시로 돈줄을 틀어막는다. 즉, 나는 초단기 무지출챌린지를 셀 수 없이 반복함으로써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돈보다 소중한 두 가지 가치가 있는데 첫번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진리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일이고, 두번째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평생을 함께 지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일이다. 만약 더 이상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당장 은퇴를 고려하겠지만, 막상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아껴야 한다. 무지출챌린지는 당장은 근육에 피로감을 주지만 결국에는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중량 바벨과 비슷하다.



3. 비열하게 궁상맞은 짓은 하지 마라.


무지출챌린지는 보통 혼자서 진행하지 않는다. 무지출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이용해 서로의 지출내역을 공유하거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통해 무지출 성공을 인증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서로를 응원한다. 하지만 무지출챌린지에 집착하면 자칫 비열하게 궁상맞은 짓을 해서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다. 심지어 본인이 무지출챌린지를 한다며 뻔뻔하게 밥을 얻어먹는 '무개념챌린지' 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지출챌린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좋다. 하지만 자신의 소유권을 보전하기 위해 타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재테크는 행복한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비열하고 궁상맞은 무지출챌린지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지출이라는 용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지출챌린지에서 의미하는 무지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돈을 쓰지 말라는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출 자체를 제로로 만들기보다 필수적인 지출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걸러내는 작업이라고   있다. 또한 무지출챌린지가 무개념챌린지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지출과 투자의 개념을 명확하 구분해야 한다. 특히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쓰이는 돈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무지출챌린지라는 명목으로 돈으로   없는 소중한 인간관계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무지출챌린지에 참여하기에 가장 좋은 유형은 가랑비에  젖는  모르고 자잘한 지출을 충동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만약 쿠팡에서 쇼핑 중독에 빠졌거나 배달의민족에서 야식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무지출챌린지에 참여하면 일주일 동안 의미 없이 쓰던 잔돈을 모아 수만 원에서 수십만  정도의 의미 있는 자금을 마련할  있을 것이다.



나는 재테크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할 때 목적, 방법, 한계를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적을 알아야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실천할 수 있고 방법을 알아야 최대한 빠르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한계를 알아야 그 선택을 내림으로써 나중에 후회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무지출챌린지가 유행을 타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을 썼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무지출챌린지의 목적을 이해하고 각자만의 방법으로 성취하고 있으며 한계까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유행은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무지출챌린지라는 말은 조만간 사라지겠지만 무지출챌린지의 정신을 잊지 말고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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