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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24.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7 은행&카드

은행: 지금부터 다른 사이클이 펼쳐진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지주 #기업은행 #BNK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당신에게 은행은 어떤 존재인가? 어느 동네를 가든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 몇 차례 방문한 이후로 은행에 간 적은 거의 만기된 군 적금을 찾으러 갈 때 제외하고는 없다. 즉, 나에게 은행은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리고 성인이 된 나에게 은행은 예금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대출을 받는 곳이다. 실제로 나는 은행 계좌에는 당장 내야 하는 공과금 정도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자금은 증권사 계좌로 보낸다. 은행 산업을 분석하며 내가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는 이유를 알려줄 것이다. 은행주를 분석하기 전에 금융 산업의 기초부터 알아보자.



'금융'이란 '자금을 융통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돈으로 돈을 버는 사업이다. 따라서 금융업은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제품의 차별화가 없다는 특성이 있다. 빳빳한 지폐나 구겨진 지폐나 실용적인 가치는 똑같기 때문에 결국 싸게 빌려주고 비싸게 돌려받는 게 장땡이다. 소위 '금융사'라고 하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를 말하고 대장 노릇을 하는 건 은행이다. 은행이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자세한 내용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게 좋은 산업인데 삼성에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가 있어도 삼성은행이 없는 이유는 금산분리법에 따라 대기업의 은행 소유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금융 산업은 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는 은행 중심 금융지주는 크게 전국에 포진하고 있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와 지방에 특화되어 있는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가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중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있다. 전통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만큼 구경제와 신경제가 피터지게 싸우는 곳이 바로 금융 산업이다.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앞세운 전통 금융사와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신생 핀테크업체는 서로의 강점을 탐내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은행의 최대 고민은 '비용 효율화'이다. 은행이 예대마진(P)과 대출규모(Q)를 마음대로 늘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은행은 인력 감축, 점포 통합을 통해 그나마 통제 가능한 변수인 사업비용(C)를 줄이고 있다. 금융 계열사를 모아 '원스탑 서비스', '디지털 슈퍼앱'을 시도하는 것도 비용 효율화의 일환이다. 한편 그동안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나 쿠팡, 토스 등 유니콘의 금융업 진출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자 전통 금융사는 역차별 논란을 제기했다. 그 결과 지금은 금산분리를 완화하여 금융사가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은행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시장의 편견을 깨고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기업은 제품을 제조해서 돈을 받고 팔지만 은행은 상품이 곧 돈이다. 따라서 은행의 재무제표에서 순이자이익이 일반 기업의 매출액에 해당한다. 은행업의 본질은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 예대마진을 취하는 것이다. 돈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싸게 빌려서 비싸게 빌려주는 게 경쟁력이므로 과거 20년은 저금리 시대가 이어졌다. 금리가 낮아도 중국의 개방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양적 성장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쟁으로 탈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폭등한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제성장률은 낮아지는 와중에 앞으로는 고금리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은행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리스크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가계나 기업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부도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은행은 보유 여신의 자산건전성을 5단계로 구분하여 고정 이하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한다. 만약 고정 이하 여신이 회복되면 오히려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실적 서프라이즈가 나기도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 수익을 통제하는 유보 리스크가 있다. 은행은 내부에 유보금을 쌓기보다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은행이 자산건전성을 입증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면 배당금 지급이 재개되어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섹터 전체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은행별로 특징은 있다. 4대 시중은행부터 살펴보면 KB금융은 부동산이나 중고차 플랫폼으로 확장가능성이 있고, 신한지주는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매매 손익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고,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에 실적 영향을 덜 받는다. 또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고,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은 작지만 기술을 통해 중신용자 대출에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BNK금융지주를 비롯한 지방은행은 4대 시중은행과 비슷하지만 지역 특화 산업에 대출 비중이 높다.



은행 예적금은 원금보장이 되고 안전하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10% 특판금리 상품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예적금은 상방이 막혀있는 구조이다. 아무리 은행이 돈을 잘 벌어도 정해진 금리보다 많이 주지 않고 은행이 모든 수익을 가져간다. 자본주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은행이 과연 손해보는 장사를 할까?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면 은행에 예적금을 맡기는 고객 대신 은행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되는 것이 낫다.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은행 산업을 제대로 공부하면 하방은 배당이라는 안전마진으로 막혀있고 상방은 무한한 가능성이 뚫려있는 기회에 투자할 수 있다.



카드: 카드대란과 페이전쟁의 평행이론.

#삼성카드 #카카오페이


얼마 전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다는 루머가 돌았다. 갤럭시폰 유저 중에는 아이폰에서 되지 않는 삼성페이 때문에 갈아타지 않는 경우가 상당했다. 따라서 애플페이 도입이 삼성전자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렇게 ‘페이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카드사는 입지가 작아지고 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인하되면서 이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카드사가 위기에 빠진 배경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카드에서 페이로 이동하는 결제 산업의 판도 변화를 알아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결제 방식이 20년 간격을 두고 평행이론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LG카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대라면 잘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업계 1위는 LG카드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세금을 원활하게 징수하기 위해 신용카드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붙잡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했고, TV 광고를 통해 소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2002년 능력 범위 이상으로 신용카드를 쓰고 빚을 감당하지 못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졌다. LG카드는 희대의 라이벌이었던 삼성카드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다가 결국 고꾸라지고, 신한카드에 인수된다.


인간은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기 안에 TV와 컴퓨터 등 휴대하기 불편한 전자기기 뿐만 아니라 카드도 넣었다. 사람은 겉옷이나 가방이 바뀌면 지갑을 두고 나오기도 하지만, 휴대폰을 두고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카드가 들어가면 지갑 없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과거에는 보안카드가 필요했던 송금에서는 핀테크와 오픈뱅킹이 발달하면서 비밀번호만으로 해결되는 간편송금 기능이 생겨났고,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던 결제에서도 PG(Payment Gateway)와 온라인 VAN(Value Added Network)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이루어지는 간편결제 기능이 활성화됐다. 이것이 '페이전쟁'의 서막이다.


카드사도 핀테크의 위협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먼저 카드사는 은행이나 대기업 계열사와 슈퍼앱으로 통합하며 시너지를 강화했다. 그리고 카드사는 초개인화 추세에 따라 맞춤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하나의 카드로 어학, 교통, 주유,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잘한 혜택을 누렸다면 요즘에는 하나의 카드로 하나의 분야에서 확실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PLCC(Private Lable Credit Card,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가 있는데, 특히 현대카드는 배달의민족과 야놀자 같은 스타트업이나 네이버와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간결한 소비를 원하는 MZ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는 대기업 계열사(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와 은행 계열사(KB국민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상장되어 있는 기업은 삼성카드 밖에 없다. 삼성카드는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과 '모니모'라는 종합금융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였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발끝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모니모가 토스나 뱅크샐러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오픈페이와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삼성카드에 투자하는 포인트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거나 배당을 받으며 버티는 것, 딱 두 가지 뿐이다.


2021년 카카오의 핵심 금융 계열사였던 카카오페이가 상장에 성공하며 대표 금융주로 자리잡는 듯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그동안 핀테크에게 우호적이었던 정부마저 등을 돌리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톡에서 송금하기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실적 전망이 더욱 악화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의 전체 매출에서 간편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로 미미하지만, 고객을 플랫폼에 가두지 못하면 전체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는 간편결제도 흔들릴 수 있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금융당국의 제재로 중단됐던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가 재개됐다는 점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부터 쿠팡과 토스까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모두 페이전쟁에 뛰어들었다.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기업의 최종 목적은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선불충전과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기 전후로 지갑을 열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그런데 유지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선불충전에 대해 폰지 사기라는 우려와, 신용도 점검 없이 사실상 신용카드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후불결제에 대해 카드 돌려막기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허점이 드러난 핀테크에 금융당국이 어떤 규제를 내릴지 모른다는 점은 카카오페이에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페이전쟁’이 치열했듯 미국에서도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 전통 카드사에 페이팔, 스퀘어, 어펌(후불결제), 소파이(학자금대출) 등 신생 핀테크가 도전하는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가 암호화폐 열풍에 동참하면서 달러 패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찾아오자 암호화폐와 핀테크는 무너진 반면 카드사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카드사는 인플레이션을 먹고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사람이 돈 놓고 돈 먹기를 원하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다.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와 주주에게 유리한 주식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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